설경雪景

by The Happy Letter


이른 아침 안개 낀 눈길을 걷습니다. 찬 공기가 얼굴을 시리게도 하지만 두꺼운 겨울 외투를 챙겨 입고 장갑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잔뜩 움츠린 채 천천히 눈길을 걷습니다.


조금씩 걷다 보니 서서히 시야가 밝아집니다. 하얗게 눈옷 입은 길가 나무들의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쓸쓸해 보이던 나무들이 저마다 마치 순백의 드레스를 차려입은 듯합니다.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그 자리에서 풍경사진을 몇 장 찍어봅니다.


지난번 폭설로 눈이 너무 많이 내렸을 땐 나무들마다 눈이 수북이 쌓여 그 형체를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어떤 나뭇가지는 그 눈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지기도 했지요. 눈은 밤새 나무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렇듯 멋진 설경雪景을 선사하지만 그 눈 맞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힘겹게 이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금방 -지금껏 늘 그래왔듯- 모두가 이 겨울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겨울이 언제 끝나고 언제 따뜻한 봄이 다시 찾아올 것인지 조급히 묻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 나무들도 우리도 움츠린 채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그동안 단단한 ‘나이테’ 하나 더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필자는 “삶의 원칙은 희망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살다가 간혹 많이 힘들 때 또 어떤 인고忍苦의 시간이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질 때 자주 되뇌게 됩니다. 잘 해낼 것입니다. 잘 살아낼 것입니다. 추운 겨울 하얗게 눈 덮인 나무들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