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질문16) 읽씹 vs 안읽씹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면, 카톡이나 이와 유사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상대방이 아무런 응답이 없을 경우, "읽씹 vs 안읽씹"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기분 나쁠까? 물론 둘 다 기분이 안 좋은 일이겠지만 구태여 꼭 하나를 택하라면?
먼저 "씹다"라는 말에는 여러 뜻이 있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뜻은 다분히 '속된 말'이므로 순화된 표현인 '무시하다' 정도로 써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씹다"라는 말만큼 찰지게(?) 감정과 상황을 제대로 잘 표현할 다른 대체어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씹다5. : {속된 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이나 문자 메시지 따위를) 대꾸하거나 답하지 않고 무시하다.(예문 : “너 어제 내 전화도 씹고 문자도 씹더라.”) (Daum [어학사전])
문자 메시지를 보낸 후 몇 시간이나 지나도록 카카오톡(Kakao Talk)에서 숫자 "1"이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음을 지켜보는 초조한 마음은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조급한 마음에 아직 첫 번째 메시지에 "1"이 없어지지 않았는데도 두 번째, 세 번째 메시지를 연이어 보내기도 하는 데 이들 또한 읽히지 않은 채 그대로 있을 때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친분이 두터운 가까운 사이라면) 무슨 바쁜 일이 있거나 카톡 등 문자를 불가피하게 제때 확인 못하거나 읽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서로 어떤 다른 오해로 발전할 일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애매한 지인 사이이거나 어떤 갑을(?) 비슷한 관계일 때, 또는 메시지를 먼저 보낸 이는 좀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경우다. 내가 어제 낮에 보낸 카톡 문자가 (당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바빴다 치더라도) 거의 하루가 다 지나가는 그다음 날까지도 읽히지 않은 채 그냥 숫자 "1"을 그대로 보이게 남아 있다면? 혹은 숫자는 없어졌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오지 않고 있다면?
이런 경우 갑자기 생각이 좀 복잡해진다. 제일 먼저, 나를 '무시한다'(ghost)는 생각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고, 어쩌면 본의 아니게 언짢게 한 일이 있었는가, 아니면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자존심을 내세울 사이가 아니라면) 폰번호로 직접 전화를 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카톡 "읽씹 vs 안읽씹"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지난해 여름 여기 브런치스토리에 발행 글을 처음 포스팅해서 올렸을 때 이와 비슷한 감정상태를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좀 철 지난 얘깃거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멘털 강화 차원에서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유경험자로서 한 번쯤 언급해두고 싶었다.
어쩌면 필자 스스로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된 휴지(休止 pause)를 넘어서서 다시 글을 쓰려고 작정하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기 위한 자기 다짐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스스로 발행한 글들에 초연(超然)한 자세를 보이지 못하는 필자가 할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런 메아리(echo)나 대꾸, 반향(反響)이나 반응이 없는 글을 계속 발행해 올린다는 것에 (극히 일부 인기 작가부류에 속하지 않는다면) 대개 불현듯 심한 회의감이 들 때도 종종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작가분들도 저마다 나름대로는 (비록 많이 읽히지 않는 글이라 하더라도) 글을 계속 발행하는 이유가 다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각자 저마다 살아가는 이유가 다 있듯이. 아무리 어렵고 척박한 환경의 삶이라도 살아가는, 살아가야만 할 한 가지 이유만이라도 있다면 그 힘들고 고된 삶이라도 우리는 기꺼이 헤쳐나가며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무엇을 하든 바로 그 한 가지 이유면 충분하다고 본다.
나중에는 어찌어찌 되어 해피엔딩으로 잘 살게 될 것이며 훗날 웃으며 "어렵고 힘들었던" 옛날 얘기할 날도 "반드시" 올 것이라 믿으며 또 그렇게 희망하며 살 듯, 매번 발행하는 새 글들도 그런 삶의 믿음, 그 연장선상 어디에 함께 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냥 믿어보고 싶어졌다.
"읽씹 vs 안읽씹"? 뭣이 중헌디? 여기도 그냥 우리 삶처럼 매일 경험하는 또 다른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