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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r 06. 2024

여행(旅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

급 질문15) 재충전과 힐링을 위한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난 설 명절 연휴기간 동안 해외 출국자수는 팬데믹(pandemic) 이전 대비 최대치 기록을 다시 새로이 경신(更新)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젊은 세대일수록 명절 연휴를 집에서만 보내기보다는 해외여행이라는 새 명절 풍속도를 보이고 있고 가족 단위 등 단체 해외여행도 명절 연휴 동안 대폭 증가하는 추세라고 들었다.


평소에도 '재충전과 힐링'을 위해 취미활동이나 운동 등 다양한 것을 체험하거나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멋진 휴양지나 낯선 관광지로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것만큼 그 기대효과와 만족도가 높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여건이 되면 해외여행까지) 나서고 있음이 이러한 세태(世態)를 반증(反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양자택일'(兩者擇一)은 얼핏 보면 좀 진부(陳腐)해 보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어떤 선택 앞에 (최소한 필자에게는) 어떤 "갈등"을 일으키게 만드는 테마이기도 하다. 동시에 어느 누구에게는 깃털만큼 가벼운 사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어떤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하고, 특히 연인이나 가족, 가까운 친구나 지인끼리도 어떨 때는 다투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 짧게나마 되새겨 보고자 한다.




최근 국내외 여행지 소개나 관광지 핫플레이스, 현지 맛집 탐방 등 여행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다가 필자는 가끔씩 고민에 빠진다.


과연 그 매력적인 관광지의 멋진 랜드마크(landmark) 또 그 수려(秀麗)한 경치와 경관을 미리 TV 화면으로 다 보는 것이 혹시라도 나중에 그곳으로 직접 여행을 갈 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무슨 영화 작품의 '스포일러'(spoiler)처럼 될까?


(사전에 TV 화면으로 미리 본 후) 정작 그 여행지에 직접 가보게 되면 예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거나 종국에는 여행지의 원래의 매력과 흥미(興味) 마저 확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하게 되고 말까 고민될 때가 있다.


당연히 작은 TV 화면으로 보는 것과 야외에서 직접 보는 경치와 경관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실제 체감하는 감동의 정도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사전 정보 차원에서 미리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감동과 감명을 줄이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따라서 그런 "스포"같은 여행지 소개나 현지 체험 프로그램들을 보게 되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괜히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게 될 때가 있다.


물론 이런 판단에도 필자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절대로 가지 않게 될 (딱히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가고 싶지는 않은) 또는 어쩌면 평생 가보지 못할 여행지들은 계속해서 즐겨 보는 편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TV 화면으로라도 안 보면 평생 볼 기회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만간 여유가 생기면 필히 꼭 한번 가 보리라 마음먹고 있는 특정 여행지는 말하자면 사전 정보 수집 vs. 감동 파괴(?) 사이에서 심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멋진 자연 경치나 풍경도 처음 접하고 볼 때 느끼는 경외감(敬畏感)과 미리 봐서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을 현지에서 확인(?)하듯 볼 때의 느낌은 서로 확연히 다르지 않을까?


이런 연유로 이 글을 오늘의 양자택일 코너로 마련된 이 매거진 <Either Or by THL>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어떤 여행이든 여행은 대체로 우리의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새로운 객지에서, 낯선 환경과 그런 사람들 속에서 다채롭게 겪게 되는 과정의 연속임은 분명하다.


어떤 사람들은 면밀한 계획하에 촘촘히 세부적인 것까지 (가능한 한 많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다 잘 짜인 여행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들은 어디서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여행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 같다.


반면,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여행 출발 전에는 이동 교통(항공)편과 호텔 예약 등 기본적인 사전 예약과 대략의 일정 정도는 정하지만 나머지 세세한 일정은 (평소 일상생활에서와는 달리) 직접 현지 여행지에 도착한 후 그날그날 현지 여건이며 실시간 상황을 봐가며, 또 "귀차니즘"(lazism) 발동이나 "컨디션"(?)에 따라 즉흥적(improvisational) 판단과 선택으로 여행을 다니는, 그런 '즉흥성'(improvisation)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빡빡하게 꽉 짜인 일정표대로 매번 시간에 맞춰 따라다니는 여행이 여유와 휴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즉흥적 재미와 흥취(興趣)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package) 여행파 vs. 자유여행파 중에서 여기서는 특히 "자유여행파" 사람들 간의 선호도를 말한다.('패키지'는 어차피 여행사와 가이드가 미리 다 조처(arrange)해주니까 논외로 하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의 묘미(妙味)는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며 느끼는 그 두근거리는 설렘과 약간의 기분 좋은 긴장감일 수도 있다고 보는데, 모든(?) 것을 미리 다 알고, 또 사전에 다 보고 그 여행지에 간다면 실제 직접 체감할 때 그 여행 효과는 감소되지 않을까? 혹은 흥미를 잃은 채 심지어 지루하고 따분한 여행이 되고 말지도 모르고.


어쩌면 원래 우리 삶 자체가 (생존을 위해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즉흥성"(spontaneity)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또 이를 통해 매번 "또 다른 창조적 통찰력을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여행을 떠날 때도 (준비성과 편의성(便宜性)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 이런 사실을 다시금 상기(想起)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균형과 알맞게 잘 조절하는 안배(按排)일 것이다.


(물론 극한 오지(奧地) 같은 곳으로 체험을 가면서 특별히 숙달된 모험가/탐험가가 아니라면 일부러 어떤 위험을 감행하면서까지 그런 '즉흥성'에 기댈 수는 없을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바쁜 일상생활 와중에 특별히 일부러 긴 휴가 시간과 거금(巨金)을 어렵게 마련해 큰마음먹고 '재충전과 힐링'을 위하여 떠나는 휴가고 여행인 만큼 다들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각자 다른 선택과 답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독자분들은 미리 다 짜인 여행 vs.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 (기본적인 사항은 사전 예약된 전제로) 중에서 주로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시는 편인가?




글을 이만 마치며 여담이지만, 평소 여행하다 보면 공항이나 비행기에서뿐만 아니라 여행 가는 곳곳마다 이동시간, 대기하고 기다리는 시간들이 너무 길고 많기 때문에 여행 이동시간 중에 (시간 여유가 좀 있다면) 필자는 책을 읽으려 애쓰는 편이다. (무선 인터넷 WiFi 조건이나 속도 등 연결 여건이 한국보다 안 좋은 탓도 있고 해서)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며 한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영국 작가 매트 헤이그(Matt Haig)가 2020년 출간한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The Midnight Library)를 (혹시 다음에 멀리 긴 여행 가실 때) 일독 추천드리며 글을 이만 줄인다.










여행1(旅行) :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

귀차니즘 (lazism) : 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것이 습관화된 상태.(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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