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질문14) 바쁘고 힘든 일상 속 여유 한 잔이 필요할 때
양자택일 코너로 마련된 이 매거진 <Either Or by THL>에 글을 안 올린 지 좀 오래된 것 같아 지난 주말에 무엇에 대해 쓸까 고민하다가 우선 [커피 첫 모금 vs. 맥주 첫 모금]이라는 제목부터 키보드를 치며 먼저 정해 놓고 노트북 화면에 깜빡거리는 커서(cursor)를 한참 동안 쳐다보니 이 생각 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 글을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발행하고자 한다.
어쨌든 맥주 관련 글은 지난번에 한 번 독일 맥주에 대해 (결은 좀 다르지만) 발행한 적도 있으니 오늘은 커피 쪽으로만 좁혀 짧은 글을 한 번 써보고자 한다.(관심 있으신 분들은 필자의 매거진, <THL 지극히 사적인 일상> 중 [독일 맥주 다들 어디까지 마셔 보셨나요?]를 참조하시기 바람.)
먼저 커피에 관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도 커피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호(식품) 음료에 관한 글은 말 그대로 좀 맛깔스럽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좀처럼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커피의 효능과 부작용은 이 글에선 논외로 한다.) 실은 "커피 공화국"이라는 한국 사회를, 그리고 그렇게 어마 무시하게 많은 카페들과 커피전문 체인점 수, 커피 애호가와 전문가들를 의식하면 좀 주눅이 들어 막상 커피에 관한 글을 시작하기가 좀 망설여졌다.
또한 커피와 맥주, 둘 다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커피 첫 모금과 맥주 첫 모금 중 어느 쪽이 더 맛있냐고 물으면 세상 곤란하고 어려운 질문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맥주 애호가 분들은 특히 운동하고 난 바로 다음에, 또는 맛있는 음식(특히, 치킨) 먹을 때 그 시원한 맥주 한잔 첫 모금이 주는 맛은 어떤 다른 술이나 음료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당연히 맥주 애호가 입장에서는 커피 첫 모금과 비교해서 견주어 보자면 맥주 첫 모금이 주는 시원한 청량감은 절대로 양보하지 못하겠지만, 미리 말하지만 필자는 (둘 다 좋아해도) 그중에서 굳이 택하라면 그래도 커피 첫 모금 쪽이다. 독자분들은 어떠신가?
사실 요즘은 어디서나 커피 원두 종류와 커피 만드는 방법이 워낙 다양하고 캡슐 커피(capsule coffee)도 많이 나와있어 소비자로서는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한층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독일식 카페에서 판매하는 기준으로 "Café Crème(Caffè Crema)"(표제의 사진 참조)를 소개한다.
커피 종류로는 에스프레소(espresso)와 필터 커피(filter coffee)/드립 커피(drip coffee) 중간 정도에 해당되며 커피 만드는 방식은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뽑아내기 때문에 농도가 진하고 맛이 강한 편이다. 기호에 따라서 우유나 크림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커피 맛 그 자체의 '쓴 맛'을 즐기기 위해 블랙으로 마신다.(살다 보면 이 커피 고유의 강한 쓴 맛이 맛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Café Crème"라고 불리는 이 독일 커피가 (좀 더 강한 맛이지만) 한국의 따뜻한 카페 아메리카노(Caffè Americano)와 그나마 좀 유사한 편이서 자주 마시게 되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여기는 미국식 체인점 "스타벅스 커피" Starbucks Coffee를 제외하면 그 흔한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Iced Americano)는 없다. 못 믿겠지만 정말 없다.(꼭 원한다면 특별 제조를 주문해야 함.^^)
근데, 예전에 누가 아.아.가 꼭 마시고 싶어 독일 카페에서 다른 추가 요청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OMG, 무슨 긴 주스잔에 커피를 담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맞다, 우리가 여름에 먹는 그 아이스크림)을 한 덩어리 떡하니 얹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 맛있는 커피에 "물"[얼음]을 추가로 넣는다는(희석시키는 결과가 되는) 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Italians don't drink iced coffee either!)
하루 일과 중 커피 마시는 시간들은 취향에 따라 저마다 다를 수 있으리라 본다. 점심 먹고 오후에 좀 나른해질 때 Coffee break도 좋겠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맛있는 커피는 아침에 마시는 첫 잔 모닝커피(morning coffee)가 아닐까 싶다.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이미 커피 내릴 때 나는 진한 커피 향만 맡아도 잠이 확 깨는 듯하다. 그리고 그 뜨거운 커피 첫 모금이 주는 활력으로 새로운 하루를 더 신선하고 상쾌한 느낌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늦잠을 잤다던지, 아니면 어찌 다른 급한 일이 있어 아침 루틴이 깨어질 정도로 서둘다 보면 아침에 커피를 못 마시고 하루를 시작할 때가 있다. 이때는 뭔가 영 개운치 않고 심적으로도 왠지 모르게 좀 불안정함을 느끼기도 한다. 커피를 안 마시는 분들은 상관없지만 평소 커피를 늘 즐겨 마시는 분들이라면 '모닝커피' 마시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는 편이 좋다는 것에 공감되는 면이 많으리라.
무엇이든 '중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커피를 좋아함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어떤 "굴레"라 여기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어떤 분들은 글쓰기, 책 읽기에도 반드시 커피를 함께 마셔야 한다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밤늦게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하다.
독자분들이 잘 아시는 커피 관련 격언(格言)들도 많겠지만 그중에서 인상 깊은 하나를 아래에 옮겨 적으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