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취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술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히는 금주(禁酒)에 관한 이야기다. 매번 반복되는 다이어트(diet) 결심처럼 얼마나 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금주(禁酒)를 선언하고 결심한 이야기다.
때로는 "꿀과 우유", 때로는 "빛과 소금"이 되어주었던 그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윗사람이 마시는 술을 점잖게 이르는 말'인 "약주"(藥酒)라는 표현도 있듯이, 자고(自古)로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술도 분명(?) 음식의 범주에 속하는지라 잠시라도 좋아하는 음식[술]을 먹지[마시지] 않거나 또는 어떠한 이유로든 한동안 그 "음식"을 먹지 않고 아예 금식(禁食)하는 일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간헐적 단식(斷食)이나 금식이 아니라 습관성 음주든 이벤트성이든 아니면 그저 비 오면 생각나는 한잔 같은 음주든, 또는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로인한 술이든 이 좋은(?) 술을 아예 이참에 딱 끊어버릴 요량으로 그 어려운 결심을 하려고 한다.
여담이지만, 여기에는 마트에 (한국의 '소주'와 '막걸리' 대신에) 지천(至賤)으로 매대에 늘려있는 대표적인 주류(酒類)가 맥주와 와인이다.(맥주 이야기는 지난번 글로 갈음하고 여기선 생략한다.)
전 세계 각지의 다양한 와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이다. 보급형이나 테이블 와인(table wine) 등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현지인들은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가볍게 와인 한 잔 곁들이는 식으로 식사 때 와인을 자주 마신다.(애주가들은 '라면' 먹으면서 소주 한잔 곁들이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누구 초대받아 집을 방문할 때 선물이나 뭐 사들고 가기 애매하면 (예의상 함께 사들고 갈 수 있는) 꽃 다음으로 가장 무난한 것이 바로 와인 한 병이다.
꼭 비싼 고급 와인이 아니어도 된다. 누구나 좋아하는 편이다. 받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인척과 나눌 수도 있다.
술 이야기, 그러니까 금주(禁酒)를 결심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왜 술을 끊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나열하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술기운에"라는 핑계로 용기, 정확히는 만용(蠻勇)을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술에 취하면 평소엔 하지 못하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말도 막 하게 된다. 말조심은 행동조심 못지않게 경계(鏡戒)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악은 술에 취해(또는 그 술기운에)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막 해버릴 때다. (물론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상대방으로부터 똑같이 그런 말을 듣기도 한다.) 맨 정신으로는 못할 말을 왜 우리는 술의 힘을 빌려 그렇게 자제력 없이 막 하고 마는가? 평소 (그 상대방에게 하고 싶었던) 그 말을 그렇게 억누르고 살아왔다는 말인가? (혹시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어떤 솔직함은 때로는 무방비 상태의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술은 적당히 (좋은 음식이나 안주와) 몇 잔만 마시면 기분이 좋은데 실은 항상 그 주량(酒量)을 절제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벤트 자리의 분위기에 취해,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에 취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술에 취해.
그리고 하나 더 조심해야 할 이유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우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갑자기 울음을 터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 스스로에게 마음을 내려 놓아버리고 싶은 것이 '울음'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자신에게 그토록 솔직하고 싶어서일까?)
문제는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한데, 자주 마시는 애주가는 아니어도 가끔씩 한 잔 하는 주변 지인들이 묻는다, "살다 보면 가끔 취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라고.
울고 싶을 때 우는 것도 '치유'(healing)라고 하는데, "취하고 싶을 때" 어떡할지라는 이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금주(禁酒)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만용(蠻勇) : 사리를 분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기.
경계(鏡戒) : 지나간 잘못을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함.(다음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