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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Apr 25. 2024

잃어버린 동심(童心)을 찾아서


어쩌다 보니 중고교 학창 시절뿐만 아니라 그냥 초등학교 다니던 아주 어린 유년시절부터 필자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아니고 인근 동남아도 아니고) 아주 멀리 있다는 '유럽'이 가장 가보고 싶었고 또 늘 궁금했었다.


좀 성장해서 고학년이 될 때까지도 필자의 유년시절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어쩌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지도 모르는) 그 미지의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을 멈추지 않았다.


얘기 꺼낸 김에 "라떼는 말이야" 이야기 좀 덧붙이자면, 지금처럼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이 (이메일도 DM도) 아예 없던 그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은 아니고) 필자의 유년시절에 우리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영어도 좀 하는[쓰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하루는 해외에 있는 펜팔(pen pal) 친구와 한 달에 한번 정도 국제우편으로 손글씨 편지를 주고받는다며 자랑삼아 학교에까지 가져와 필자에게 그 편지를 보여 준 적이 있었다.


필자가 호기심으로 무척 신기해하며 편지봉투에 쓰인 그 해외 펜팔 주소를 보니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알파벳들(26개)에는 없는 특이한 것도 있었는데 그때 그 친구가 "이건 덴마크어(Danish)야."라고 말해 좀 놀랐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쯤 해서 안물안궁 같은 각설은 그만두고, 예전에 어릴 때부터 막연히 미지의 외국을, 그것도 특히 서양(유럽)을 꿈꾸며 "동경"하게 된 연유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혼자 좀 생각해 본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한국적인, 그것도 너무나 한국적인 부모 밑에서 또 그런 한국의 토속적(土俗的) 가정환경에서 자랐는데 도무지 어떻게라도 맞닿을 법한 접점(接點)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애써 짐작(斟酌) 삼아 유추(類推)해본 바로는, 유년시절에 읽은 책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 주신 동화책을 (아마도 다른 놀이나 오락거리가 별로 없어서) 겉면이 다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친척집에까지도 가서 빌려와 읽은 그 당시 동화책들의 대부분은 독일 그림(Grimm) 형제가 쓴 동화들이나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동화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한국어 번역본 동화책에도 온통 금발 머리, 큰 코와 푸른 눈의 서양 사람들을 그린 그림들 뿐이었다.


좀 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의 동화책을 열심히 읽곤 했었다.(린드그렌의 책은 안데르센, 그림 형제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번역되었다고 한다.)


물론 "호랑이와 곶감"이라든가 "선녀와 나무꾼" 등 우리의 전래 동화들도 읽었지만 그래도 그때 필자가 읽었던 동화들은 주로 앞서 언급한 서양 동화작가들이 쓴 서양 동화작품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요즘은 동화책 읽는 것 말고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고, 그런 스마트폰도 있고 태블릿 PC도 있다 보니, 또 편리한 인터넷으로 모든 세상이 실시간 연결되다 보니 우리의 아이들은 문명의 이기(利器)에 혜택도 보지만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집들에는 거실, 또는 아이 공부방에 동화책이나 위인전 책들이 시리즈로 수십 권씩 책장에 꽂혀 있고 이미 한 두 번 이상 다 읽어봤을 수도 있다.)


이제 이 시대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공부에 지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동화책을 읽기보다는 컴퓨터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온라인상 인스타, 유튜브, 틱톡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 숏폼(short-form) 보는데 (일부는 그런 영상을 직접 만들어 업로딩 하는 데) 관심이 더 많아 보인다.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누구나 한 번 읽으면 바로 빠져들게 된다는) 웹툰(webtoon)을 찾아보거나 때로는 어떤 한 특정 대상에 심하게 몰입하는 "덕질" 내지는 "덕후"라고도 불리는 "오타쿠"가 되어가는 전조(前兆)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이 시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어쩌다 TV를 같이 봐도 드라마 첫 회 시작은 으레 전날 술 먹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틀에 박힌 에피소드와 그 커플의 잠에서 깨는 신이 제일 먼저 나온다. 또 잠시 마음 놓고 잊을만하면 반쯤 벗고 샤워신이 나와 아이들과 함께 TV 보던 부모를 화들짝 놀라게 한다.


물론 시청 가능 연령이 15세 이상 관람가이고 보호자들의 지도가 필요한 방송이니 아이들을 공부방으로 보낼 수도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스마트폰만 있으면 별의별 요지경 세상에, 그보다 더한 영상과 오락에도 연결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요즘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과 폭력성도 문제지만 사회적 감시가 느슨하던 예전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담긴 웹툰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도 있었는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와 웹툰 작가 등도 청소년 보호를 위해 애쓰겠지만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주의(注意)가 점점 더 많이 요구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생도 고교생처럼 공부하는 (혹은 벌써 어른처럼 행동하려 하는) 이 참담한 현실 속에 이제 어린아이들에게 어린이다운 순수한 상상력과 그런 동심(童心)을 바란다는 것은 그저 막연한 기대나 현실성 없는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어쨌든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미래세대들이고 아이들의 교육이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저마다 뭐라도 한 가지씩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토속적 전래동화든, 그 많은 서양 동화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대신에) 동화책을 두 손에 들고 읽어보라고 말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아이들도 최신 트렌드(trend)를 따라잡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통도 해야 하니까.


하지만 무슨 책이든 책 읽어라는 말보다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먼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매일 저녁 꾸준히 보인다면 아이들도 (평소 다른 언행도 따라 배우듯이) 자연스레 책을 따라 들고 읽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거실에 TV를 두기보다는 아이들 어릴 때 처음부터 부모가 자는 안방에다 TV를 설치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평소 부모의 생활 습관이나 언어 행동을 쉽게 따라 배우며 자라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우리 아이의 행동을 보면 부모의 습관이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엄마, 아빠인 자신의 습관과 모습이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니 부모의 영향을 받고 따라 하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것 하지 마라, 저것 하지 마라 되풀이하는 말보다는 먼저 바람직한 생활 습관과 행동을 아이들에게 보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끝으로 글을 이만 마치며, 아이들 글 읽기의 중요성에 관해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이 남긴 유명한 말을 아래와 같이 적어 둔다.



Wie die Welt von morgen aussehen wird, hängt in großem Maß von der Einbildungskraft jener ab, die gerade jetzt lesen lernen.(by Astrid Lindgren) [독어] 내일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는 지금 읽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의 상상력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오타쿠[Otaku] : 한 분야에 깊게 심취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197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로 만화, 애니메이션, 아이돌, 철도, 카메라 등 특정 사물이나 취미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오타쿠의 한국식 표현인 ‘오덕후’ 혹은 줄여서 ‘덕후’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팬(Fan), 마니아(Mania), 애호가보다 강하게 몰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유사한 말로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너드(Nerd), 긱(Geek) 등이 있다.(출처 : [다음백과])


웹툰(webtoon) :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고 배포하는 만화.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이다.(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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