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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01. 2024

예방접종에 관하여


병원 가서 비싼 주사 한 대 맞았다. 벌써 두 번째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미리 맞아놓으면 좋다고 했다. 안 그러면, 그 00이라는 질병에 걸리면 무척 아프고 오랫동안 고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저녁쯤에 몸살감기처럼 좀 많이 아플 수도 있다고. 너무 아파 정 못 견디겠으면 진통제(painkiller) 한 알씩 먹어라고도 했다.


큰 병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작은 통증과 그런 고통 정도는 그냥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의사도 과연 이런 예방접종 주사를 (WHO의 추천 시기에 때맞춰) 다 맞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COVID-19 팬데믹(pandemic) 때 전염병 창궐(猖獗)로 연일 수백수천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필자도 극심한 공포(恐怖)를 느꼈다. TV에서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Coronavirus) 같은 바이러스 하나에도 한없이 취약(脆弱)함을 연일 증명해 내고 있었을 때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 인류의 존속 가능 여부 운운하기 전에 나는 속으로 외쳤다, 나는 아직 죽으면 안 된다고. 아니, 죽기 싫다라고!


맞다. 나는 살아야 한다라는 그 생각에 논란이 되고 있던 부작용이나 혹시 모를 위험(?)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코로나 백신 주사를 주저 없이 맞았다.


그 주사를 맞은 후 그날 저녁부터 며칠 동안 한참을 고통스럽게 고생했다. 끙끙 앓으며 아픈 몸을 뒤척이며 만감(萬感)이 교차하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또한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워 완전히 이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살아남았다.(그다음 바이러스는 그다음 문제고)




여담이지만, 그 당시 급하게 짧은 시간 내 개발한 백신 관련 그 효용성 및 즉각 나타나는 백신부작용, 추후 나중에라도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백신부작용 등으로 전 세계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많을 때 평소 미국에서 매년 독감으로만 사망하는 숫자만도 몇 만 명이 넘을 정도로 추산된다고들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로 인해 매년 수백만 명이 사망한다고도 하는데 이쯤 되면 서둘러 COVID-19에 준하는 대책마련과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독감(influenza / flu)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는, 독감의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 보니 독감에 걸리더라도 감기로 착각하고 방치해 두게 되면 '폐렴'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독감도 (나이가 좀 들었다고 생각한다면)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반드시 의사로부터 사전에 진료(診療)를 먼저 받기 바란다.




코로나 시국 이후에도 필자는 계속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이런저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최근에 맞은 00 예방주사는 하루 종일 비실대게 하더니 급기야 집에 와서 결국 앓아눕게 만들고 말았다. 주사 맞아 부은 팔 뿐만 아니라 주사 맞은 부위의 통증이 온몸으로 퍼졌고 근육통과 두통, 피로까지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내가 맞은 (또는 맞아야 할) 백신과 그 다가올 고통 총량이 궁금해졌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백신주사를 맞아야 할지 (또 그로 인해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이런 물음과 관련된 [노란 예방접종 증명서]라는 "예방접종 수첩"이 따로 있어 소개해 둔다.


Der gelbe Impfpass / Impfausweis (노란 예방접종 증명서)


위 사진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추천하는 예방접종해야 할 항목 리스트들로 구성된 노란 예방접종 수첩이다.(INTERNATIONAL CERTIFICATES OF VACCINATION [Der gelbe Impfpass / Impfausweis])


이 수첩은 예방접종한 일자와 병원, 해당 예방대상 질병과 백신명 및 그 백신의 로트번호(lot No.) 등 접종내역을 그때그때마다 하나씩 "평생 동안" 기록하기 위한 용도이다.(위 사진의 버전 기준으로 총 28면임.)


이것으로 어떤 의사든지 (이 노란 예방접종 수첩의 현황만 보면) 해당 환자가 지금 어떤 예방접종 상태인지 그리고 그 환자의 기존의 접종 히스토리(history) 모두를 한눈에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그에 따른 적합한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게 된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부터 WHO가 추천하는 각종 예방접종들을 제때 맞게 하기 위해 영유아기, 5-6세, 청소년기(9-17세), 성인, 노인 추가접종 추천 세부항목들까지 나이 대로 각각 나누어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기간별로 맞는 테타누스(tetanus 일명 '파상풍') 백신접종의 경우, 성인이 된 후에도 10년 단위로 접종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주의 : 모든 예방용 백신접종 관련 개개인의 신체 여건과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전문의와 먼저 상담하고 의사의 진료와 진단을 받아야 함.)




우리는 예방하려는 질병의 통증과 고통도 (흡사 00전에 00 연습하듯) 돈 줘가며 미리 경험한다. 자고 일어나면 나는 내일도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지만 몇 년을 또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할지(반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우리의 "이별"(離別)에도 미리 맞을 수 있는 "예방접종"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몸에 백신(약해진 바이러스) 주사를 놓아 예방하듯 우리 마음[가슴]에도 주입할 수 있는 (우리 감정을 좀 다스릴 수 있게 하는) "마음용 백신"이 따로 있으면 말이다. 아프지 않기 위해 먼저 아파봐야 하는 백신 주사처럼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도 간혹 겪게 되는 것처럼, 혹시 가족이나 그와 같은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었을 때 죽도록 슬프게 울다가 죽어버릴지도 모를 만큼 너무 가슴 아플 때 좀 덜 아플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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