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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04. 2024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 오래 잘하려면?(네 번째)

*결혼할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는 분들에게


결혼을 하느냐 안 하느냐 여부는 개인적 자유다. 언제 하느냐도 개인적 선택이고. 자녀 출산도 마찬가지로 개인적 영역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그 개인적 영역 내 선택과 결과에 대해 대신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




(언젠가는) 결혼하겠다는 쪽으로 마음먹고 있는 분들에게, 지금 결혼할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지만 가끔씩 심적 고민과 갈등 중인 분들에게 이 글 일독이 잠시라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엔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어떤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에 관한 글을 한번 써보려 한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결혼생활 꽤 오래 하신 분들은 이 글을 읽으며 그냥 썩소만 지으실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 발행하는 네 번째 글과 관련하여 필자의 매거진 <THL 행복 에세이>에 앞서 발행한 같은 제목의 글들(세 편)도 참조하시기 바란다.)




결혼이란 인생을 좌우할 내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다. 무슨 양가 집안끼리 강제로 시키는 결혼도 아니고 일부러 경제적 차이와 신분(계급) 차이를 의식한 "신분상승"을 꾀하려 하는 결혼도 아니라면 제일 먼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앞으로 마주칠 모든 문제와 역경을 다 헤쳐나갈 수 있다.(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다.) 사랑 하나면 충분하다. 사랑이 전부다.


그런데 사랑이 전부가 아니다.(정확히는 전부가 아닐 때도 있다.) 이 무슨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소리인가?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니? 아니, 그러면 당신은 그 사람의 (흔히 '돈'이라고 부르는) 경제적 부를 보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을 보고 아니면 얼굴과 신체(키?) 등 외모를 보고 결혼하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예전엔 항간에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사랑의 "약발"(유효기간)이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물론 이런 말은 현실 속 실제 연인이나 부부간에는 절대 못쓰는 말[농담]이겠지만! 각자 생각하는 그 "유효기간"은 다들 다를 수는 있어도 여기서 쓴웃음 짓게 하는 포인트는 "n 년 밖에 안된다더라"며 서로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대목이다.


연애 시작한 지 이미 수년이 지난 커플이나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분들은 어쩌면 헛웃음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그 우스갯소리가 어쨌든 그 "아주 짧다"라는 말로써 우리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익살스러운 인생 '해학'(諧謔)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남녀 성별을 떠나 또 연애냐 중매(소개) 결혼이냐와 상관없이) 앞서 위에 언급한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가진 고귀하고 숭고한 감정이라는 사랑의 의미를 폄하(貶下)하며 '가치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행복한 가정생활, 그런 건강하고 화목한 결혼 생활을 잘 영위(營爲) 하기 위해선, 그것도 오랫동안 잘 유지해 나가기 위해선 "불타는" 사랑의 감정 외에도 우리 인생길, 그 여정에 평생의 반려자(伴侶者)이자 동반자로서 서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싫으면 헤어지면 되지 뭐, 요즘 세상에 뭐 이혼이 대수야!"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싫증 나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은 어릴 때 새 인형이나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다가 막상 손에 쥐면 며칠 갖고 놀다 싫증 나서 버리거나 구석에 처박아두는 것과는 아주 다른 일이다.


또 다른 이들은 살다 보면 결혼할 당시에 했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결혼 몇 년 만에 당사자의 생각과 감정이 바뀌었다면 그 또한 개인의 시행착오이며, 그 결과에 따른 각종 손실은 당사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물론 부정(외도), 폭력, 금전, 도박, 범죄 문제 등은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변심(變心)과 그런 행동 및 결과로 인한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심적 피해와 폐해(弊害)는 별도의 어떤 "청구서"가 찾아올 수도 있다.(개인의 일탈(逸脫)과 부정(不貞)으로 인한 이슈는 여기서는 생략한다.)




어떤 사람들은 "오픈 마인드"여서 쉽게 얘기한다고 할 수도 있고 혹자는 너무 보수적이어서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결혼을 염두에 두고 어떤 운명적인 만남을 찾고 있다면 그 사람과의 만남에 좀 더 전향적인 마인드셋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누구는 그 사람과 취미와 기호가 잘 맞아서 그냥 사귀고 연애하는 것일 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구는 그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집안 배경이 좋아서, 또는 성격(?)이 좋아서 결혼을 생각할 수도 있다. 저마다 각자의 선택이고 또 그 결과에 대한 책임만 남을 뿐이므로 여기서는 무엇이 옳다는 말을 전하기보다는 최소한 "후회하는 삶"의 경우의 수를 좀 줄여보자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운명적이다는 말까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아 보여 결혼했는데 이런 면은 전혀 몰랐다, 막상 결혼하고 나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혹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교제를 재고(再考) 해 보려면 다음의 몇 가지가 결혼 전 교제시기에 (그 어떤 "후회하는 삶"의 경우의 수를 좀 줄여보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을 법한 방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항간에 흔히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같이 술을 마셔 보라!"이다.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셔보면 그 사람의 본성과 본심(?)이 보인다거나 평소 인성과 인품이 보인다는 이야기다.


예전엔 예비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 교제 중인 애인을 집으로 초대해 불러 식사하며 술을 잔뜩 먹인 후 '술버릇을 보면 평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라며 귀한 딸(아들)을 걱정하는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자주 쓰던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평소 절제하며 애써 억눌러 감추던 모습이 술로 인해 긴장이 풀리고 자제력이 떨어져 본성이 적나라하게 더 잘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로 밖에서 둘이서 술을 마시던, 아니면 집으로 초대해 집안 어른들과 같이 마시던) 문제는 같이 상대하며 마시는 본인도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될 정도로 같이 취해버리면 상대방의 본성과 인성, 인품을 간파하거나 판단할 여력도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오히려 여건이 된다면 (맨 정신으로) 함께 여행을 해 보는 편이 어떨까 싶다. 근교에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같이 가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함께 다니다 보면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임기응변(臨機應變)이 필요하거나 순발력(瞬發力)이 요구될 때 그의 내재된 성품이 보일 수도 있다. 때로는 바로 그 피치 못할 곤란한 상황 앞에 어떤 적절한 '타협'(妥協)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멋진 카페에 가서 이 카페 분위기 좋다, 이 집 디저트 케이크 너무 맛있다 말하고 나니 그 외엔 딱히 별로 말할 게 없다든지,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다면, 근처에 있는 산으로 등산을 함께 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산행을 하며 앞뒤로 혹은 옆으로 나란히 걸어 올라가며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사람은 어떤 화제나 이야깃거리에 관심이 많은 지, 나에 대해 무엇을 제일 궁금해하는 지도 어림잡아 짐작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산을 걸으며 움직일 때는 생각을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쥐어짜서 말하기는 어려워지는 편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좀 더 솔직해진다라고나 할까? 그 사람의 근본 품성이 선량(善良)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물론 이 또한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겠지만.


이에 덧붙여 고려해 볼 만한 것으로는 그냥 아직 호감을 주고받는 정도의 썸을 타는 중이든,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 연인 사이든, 결혼을 고민하는 중이든, 시간 내서 함께 놀이 삼아 '게임'을 꼭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놀이 게임이든 혹은 간단한 내기든. 제일 좋은 건 함께 할 수 있는 1대1의 (아니면 여러 친구와 지인들과 함께 다대다의) 정식으로 룰이 엄격히 정해진 스포츠 게임을 해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자든 남자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점수가 혹은 "돈"이 걸린, 그리고 그 성적과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게임(경쟁)을 해보면 대개 우리의 성격은 다 드러난다.


제아무리 포커페이스(pokerface) 유지에 능하다 해도 거의 대부분은 게임 중에 (그리고 게임 후에도) 그 사람의 성격도, 성품도 다 드러난다 본다. 인정하지 않으신다고? 세상에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혹여 일부러 져줄 수는 있어도.) 어쨌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놀이 게임 과정과 결과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다.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나와 결혼할, 내가 결혼해도 될 운명의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직도 심적 갈등이 심하더라도 실은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모든 어려움과 고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된다. 내가 그를 그토록 열렬히 좋아하고 원하는 감정인 사랑, 그것 하나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대개 그 '사랑' 말고 덧붙여 뭐 하나 둘 더 기대하거나 확인하고 싶어진다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 약해져 갈 때인지도 모른다. 바로 사랑의 그 "약발"이 떨어져 가는 지도 모른다.


우리는 평소 놀이동산이나 맛집 등 어디에 가서 1시간 가까이 긴 줄을 서서 함께 기다려야 할 때, 또는 예상치 못한 차량증체로 그저 한없이 차에서 기다려야만 할 때 데이트 상대방인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귀담아듣고 또 보면 오히려 그를 좀 더 제대로 알게 되지 않을까? 그저 같이 술에 취해 술 취한 그를 보며 어설프게 이 사람은 이래서 좋아,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되겠네 하는 것보단 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미래의 내 짝, 평생의 내 반려자가 될지도 모르는 아주 소중한 그에 대해서 말이다.



(*먼 거리에서 떨어져 촬영하였음)
















해학(諧謔) : 세상사나 인간의 결함에 대한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말이나 행동.

인사불성(人事不省) : 제 몸에 벌어지는 일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흐리멍덩한 상태 (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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