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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02. 2024

너그 아부지 뭐 하시노?


어도어 대표이자 '뉴진스 엄마'라 불리는 민희진 대표의 파격적인 기자회견이나 그가 상대하고 있는 거대 엔터기업 하이브와 (BTS로 이미 빅히트를 치며 크게 성공한) 방시혁 의장의 대응에 관한 소식이 요즘 핫하다. 그런 핫한 이슈와 다툼, 논란거리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고 필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또는 그와 연관된 "직업"에 대하여 글을 써보려 한다.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는 영화 <친구>(2001)에 나와 유명해진 대사다. 극 중 담임선생님이 교실에서 학생마다 차례로 체벌(體罰)하며 아버지 직업을 묻는 장면에 나온다. 이 글은 그 (대사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가 쓰는 글이다. 이 글에서 어떤 영화평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 대사가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 시대의 한 단면과 우리(기성세대)의 세태(世態)를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그 영화 속 그때 그 옛 시절의 학교선생님들은 이제 많이 연로하시어 이미 은퇴하셨거나 세상을 떠나셨을 수도 있다. 여기 이 글에서 말하는 기성세대는 바로 "지금의 기성세대"인 우리 대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먼저 필자의 졸고, [미래(청년) 세대와 기성세대에 관한 세대 논쟁]에서 언급한 세대 구분 기준과 기성세대의 정의에 관한 부분을 찾아 아래와 같이 인용해 둔다.


우선 미래(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구분이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려 좀 찾아보니 "기성세대"(旣成世代)란 "현재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세대"라고 한다.(출처 : Daum [어학사전]). 그렇다면 다시, 막연히 "어느 정도 나이가 든"이라고만 설명되어 있는 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어야 기성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지 몰라, 그 나이대를 찾아보니 대개 기성세대는 지금 현재 기준으로 흔히 "40세에서 60대 후반까지의 나이대"를 뜻한다고 한다.




다시 서두에 인용한 그 영화  <친구>(2001)의 대사로 돌아와 보면, 단지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부모 직업을 모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확인하면서 차별을 한다든가, 또는 한창 사춘기로 예민한 시기인데 어린 학생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다는 정도로만 보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현실을 보면 실제로는 그것[영화 대사] 보다 더 심했다는 사실이다. 대놓고 동산/부동산 소유 규모를 묻거나 부모 최종학력, 자가용 외 여타 가전제품 소유 현황 등도 다른 학생들이 함께 있는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물었고 또 답하게 했다.


그때 그런 질문을 한 분들이 어린 학생이었던 우리에게는 기성세대들이었고 따라 배우고 본받아야 할 대상인 우리들의 선생님들이었다.


필자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그 많은 질문들 중 (복덕방이나 광고 간판 등에서 '부동산'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유독 '동산'이라는 말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몰라 집에 와서 부모님께 몇 번을 되물어야 했다.("동산"이라고는 '놀이동산', '뒷동산'에서 뛰어놀다라든가 '맛동산' 과자 밖에 모르던 어리디 어린 그 시절 그 나이에 말이다.)



동산1 : 1. (기본의미) 마을 부근이나 집 근처에 있는 낮은 언덕이나 작은 산. 2. 큰 집의 정원에 만든 작은 산이나 숲. 3. 평화롭고 행복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동산2(動産) : [법률] 모양, 성질을 바꾸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재산. 곧 토지 및 그 위에 고정된 건물을 제외한 재산을 말한다.(다음 [어학사전])




(이 글은 특정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차별, 폄하(貶下) 등과 전혀 무관함을 먼저 밝혀두니 부디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필자는 우리(기성세대)가 예전 어릴 때부터 (그 영화 대사 같은) 그 비슷비슷한 불합리한 차별을 경험해 오며 자랐고 또 커서도 학교나 직장에서도 똑같은 일[차별]을 반복적으로 당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자의식은 나이 들며 성장하는 내내 왜곡되고 억눌리며 학대(虐待) 받았다고 본다. 꼭 학교선생님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 당시의 기존 기성세대들 전체의 잘못이었다.


그러니까 우리의 부모세대들이 우리에게 그릇된 고정관념을 심어주며 키웠고 우리는 무방비로 그런 일방적 주입(注入)에 스펀지(sponge)처럼 길들여졌다. 그러다 보니 정작 무엇이 가치 있고 무엇이 중요한 지 제대로 체득(體得) 하지도 못한 채 자라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분명 학교에선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라고 배웠다. 그런데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현실에서도 예전 학창 시절 학교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모멸감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똑같거나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가 여전히 자주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세대가 우리에게 해온 그 불편한 질문,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에 혹시라도 무의식 중에 세뇌(洗腦 brainwashing) 되어 - 우리 부모가 그러했던 것처럼 - 우리도 끝에 "사"자 붙은 직업[전문직]만 어디 내세울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 등 '사'자가 붙은 직업들이 유독 더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일반 직장인(회사원)들 보다 더 눈여겨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 생존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소득과 수익이 높고 미래가치가 비교적(?) 밝아 보이는 직업과 직종[전문직]을 선택해서 종사하고 (그것도 고수익과 고연봉이 보장되는 조직의 일자리로) 경제적 행위를 하는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저마다 처해 있는 환경과 능력, 개인적 관심사에 따른 직업(직종) 선택은 개인적 영역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종사하는 직업(직종)을 비하(卑下)하거나 폄하(貶下)한다면 우리 사회는 공존과 상생을 포기한 사회가 될 뿐이다.




예전에 뉴스에서 아파트 놀이터 이용 때문에 이슈가 된 걸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신축 고급아파트 바로 인근에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형 임대아파트가 있는데 문제는 그 고급아파트 놀이터에 임대아파트 주민의 아이들까지 들어와서 논다고 그 놀이터에 출입구를 따로 만들고 못 들어오게 아예 막아버렸다고 했다.


그 기사를 접하곤 순간 좀 씁쓸하기도 했지만, 각자의 재산권을 지키고 또 행사하기 위해 비싼 돈 주고 산 아파트의 공동 부대시설[놀이터]에 대한 관리와 보호 차원이라면 일견 좀 이해할 수도 있다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단지 자기 재산권 보호 차원일 뿐이었을까?


지금 학부모인 우리들이 우리 자녀 친구들이 누구인지 보다는 그 만나는 친구들이 어디 아파트에 사느냐, 평 수가 몇 평이냐, 자가인지 전세인지, 또는 그 집 엄마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이고 직업이 뭐라고 하드냐고만 묻는다면 우리 부모세대였던 기존의 기성세대가 말했던 바로 그 영화 대사를 지금도 우리는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직업 관련 예를 들어 혹자는 브런치스토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브런치에는 교사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여기 브런치 회원(작가)분들 중에 (현직 또는 전직) 교사가 많아 보이거나 '작가소개'란에 교사, 교수, 의사, 변호사 등이 더 눈에 띄는 것은 직업을 공개하고 기재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그런 직업(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선입견 같은 인식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요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힘든 이슈가 많지만 그래도 '교사'는 늘 선망의 대상이며,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중(尊重)받는 직업임은 분명하다.)


여기서 자기 직업을 밝히거나 안 밝히거나 다들 각자 개개인의 자유다. 다만, 전현직 교사들이 유독 많아 보인다고 말하는 그분의 시각에는 다른 작가분들의 평범(?)한 직업들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아서일까?


요즘 현대사회에서 여러 직업군 중 3D 업종이 어떤 것인지 딱히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느 하나 쉬운 직업(직종)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다음백과]는 (아래 첨부 참조) 그 정의를 이렇게 내려두고 있다. 즉,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직종의 일로, 주로 현장 생산직이나 노동직, 청소업 등이 해당된다"라고.


어쨌든 우리는 먹고사는 생계를 위해 다들 (싫든 좋든) 어떤 직업(직종)과 직장이든 혹은 자영업이든 경제적 소득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은연중에 스스로 (혹여 무의식 중에서라도) 차별 짓고 "귀천"(貴賤)을 따진다면 그 앞서 언급한 영화 대사로부터 우리 공동체는 한걸음도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 셈이 되고 말 것이다.












3D 업종 :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직종의 일. 알파벳 d로 시작하는 세 단어인 difficult, dangerous, dirty를 합쳐 부르는 말로, 주로 현장 생산직이나 노동직, 청소업 등이 해당된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직업에 대한 차별이 생겼는데, 한국에서는 1988년 이후로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당 직종의 경우 인력이 모자라고 상품 생산력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무도 종사하려고 하지 않아 노동 인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Daum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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