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06 by The Happy Letter
평일 목요일에 황금 같은 휴일(休日)입니다
예수 승천일 Christi Himmelfahrt로
학교도 가게도 문 닫고
도시 전체가 다 쉰다고 합니다
금요일까지 휴가를 낸 사람들은
미리 가족여행을 떠났나 봅니다
이웃집들도 조용하고
차들로 붐비던 도로길도 한산해 보입니다
일요일이면 들리던 교회 종소리도
놀이터 아이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호스피스 병동 앞 긴 백발의 노파(老婆)는
반쯤 접힌 인형처럼 굽은 허리로 휠체어에 앉아
미동(微動)도 없이 청아한 오월 햇살을 쬐고 있습니다
갑자기 자동차 지나다니는 소리도
새 울음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으니
순간 세상 모든 소리가 멈춘 듯합니다
수십 개의 악기가 합주(合奏)를 하다가
동시에 일시 멈춤을 하듯
주변 풍경이 낯설어 보일만큼 너무 고요해졌습니다
오케스트라 악보 위 그 쉼표가 그러하듯
세상은 명(命)하는 것 같습니다,
발걸음 재촉하는 나에게도 잠시 쉬어라고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