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May 07. 2024

편지 4

THL 창작 시(詩) #104 by The Happy Letter


편지 4



아직도

당신께 답신(答信)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신을 잊어서가 아닙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내 속내 다 드러날까 두려워서도 아닙니다


당신의 안부(安否)가 궁금하여

참다못해 구구절절 써 내려간

지난밤 긴 편지는

다 지워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치 연기처럼 그리 쉬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러해야 저러해야 한다는 답은 기다리지 마세요

우리의 갈 길은 구름에 가려져 그늘져도

뜨거운 햇볕에 눈부셔 눈을 뜨지 못하더라도

선명하게 다 보일 테니까요

그 기억 이제 지우려야 지울 수도 없을 테니까요


수많은 나날 숲 속 길 찾아 헤매듯

때로는 일기(日記)처럼

때로는 독백(獨白)처럼 마음 한 편에 묻어두었습니다

이제는 그 넋두리 섞인 한숨,

한 글자씩 꺼내 적으며 한 편의 시(詩)를 쓰겠습니다


사과나무꽃 만개한 사월이 지나가고

선홍빛 철쭉 피는 오월(五月)이 오면

야속하리만큼 화사한 그 오월이 다시 찾아오면

지금껏 눈물로 얼룩진 애달픔까지 다 꺼내

그 시(詩)에 고이 담아 답하겠습니다



by The Happy Letter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 연습(離別 練習)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