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04 by The Happy Letter
아직도
당신께 답신(答信)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신을 잊어서가 아닙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내 속내 다 드러날까 두려워서도 아닙니다
당신의 안부(安否)가 궁금하여
참다못해 구구절절 써 내려간
지난밤 긴 편지는
다 지워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치 연기처럼 그리 쉬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러해야 저러해야 한다는 답은 기다리지 마세요
우리의 갈 길은 구름에 가려져 그늘져도
뜨거운 햇볕에 눈부셔 눈을 뜨지 못하더라도
선명하게 다 보일 테니까요
그 기억 이제 지우려야 지울 수도 없을 테니까요
수많은 나날 숲 속 길 찾아 헤매듯
때로는 일기(日記)처럼
때로는 독백(獨白)처럼 마음 한 편에 묻어두었습니다
이제는 그 넋두리 섞인 한숨,
한 글자씩 꺼내 적으며 한 편의 시(詩)를 쓰겠습니다
사과나무꽃 만개한 사월이 지나가고
선홍빛 철쭉 피는 오월(五月)이 오면
야속하리만큼 화사한 그 오월이 다시 찾아오면
지금껏 눈물로 얼룩진 애달픔까지 다 꺼내
그 시(詩)에 고이 담아 답하겠습니다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