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음악, 감정, 모든 잡다한 것을 함께 기록한 리뷰魚
역설적이고 모순된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이다. 너무 시끄러운데 고독하다니! 사실, 우리는 너무 시끄러운 데에 고독한 것에 꽤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쨍쨍한 사람들과의 수다 시끄럽고 화려한 네온사인 사이에서 누구나 고독을 느껴봤을 것이다. 그런 동질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제목에 이끌려 책을 잡았나 보다.
그러나 얇은 소설임에도 읽는 게 쉽지는 않았다. 평소 내가 하는 사색보다. 35년째 폐지 압축공으로 일하고 있는 햔타의 사색이 훨씬 깊고도 방대해서 일거다.
한탸는 폐지를 암살해서 그 안의 생명력을 지닌 무고한 글자와 지식들을 파괴해야 함에도 책을 사랑하여 귀한 책들은 자신의 집에 모셔두기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파괴해야 하는 그의 직업도 제목처럼 역설적이고 모순적이다.
모셔둔 책들에 짓눌려 8년 새에 키가 9CM나 줄어든 한탸의 사색을 따라 읽으면서 나도 요새 쪼글쪼글해져 간다는 생각을 했다. 폐지를 압축하는 압축공의 줄어든 키처럼 나도 점점 쪼글쪼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햔타는 35년째 폐지 더미 속에서 하는 이 일이 자신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고한 생명을 암살하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일에 대한 자부심과 가치를 느끼다가 가치관에 혼란이 오면서 이 러브 스토리를 끝낸 것 같았다.
제목에 끌려 별생각 없이 읽은 터라 책이 나왔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고, 35년째 성인들과 작가들의 사상과 지식을 습득한 한탸의 깊은 사색을 다 이해하기란 조금 어려웠다. 그런데, 근사한 문장들이 많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는 내내 햔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