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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Apr 09. 2020

슬기로운 회사생활

[다양성&포용의 조직문화 구축 방법] 숨어 있는 공통점 찾기 

“아니 그게 되겠어요. 해봤자 안된다니깐 그래.”


오늘도 시작이구나. 조 상무와의 통화는 어김없이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시작되어 내 기운을 쭉 빠지게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론칭하기에 앞서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와의 대화를 피할 수도 없고, 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무님, 물론 도입 첫해에 시행착오는 있겠죠.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번 CEO와의 라이브 채팅에서 직원들 댓글 보셨겠지만, 제도 도입에 대한 요구가 상당합니다.”


“아니, 오 과장. 투자 대비 효과성이 떨어질 게 뻔히 보이지 않나?

 돈은 돈대로 나가고 티도 안 나는 일이야. 

 어차피 불만 있는 사람들은 몇 년 안에 나갈 텐데 굳이 뭐 하러 일을 벌리나?"


“파일럿 과정도 잘 끝났었고, 여러모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 주시면 미리 보완책을 마련하고자

 이렇게 바쁘신 걸 알면서도 연락드린 거 아니겠습니까.”

 

“우선 알겠고. 내 의견은 메일로 보낼 테니까 확인해요.”


조 상무로부터, 과다한 비용 지출로 인한 폐해,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에 대한 장문의 메일이 들어온다. 

FGI 대상자 중 조 상무를 제외한 9명은 찬성. 그러나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역시 조 상무의 피드백일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


"전 이거면 충분해요."

'어쩜 저렇게 목소리가 좋을까?'

'또 벌써 와 있네! 진짜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어렸을 때부터 나는 타인에 비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었다. 

사람들의 장점과 강점이 내 눈엔 참 쉽게 드러났고, 무리 안에서 '까다롭지 않은 성격'으로 평가받곤 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내 긍정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이 프로젝트 대박 나는 거 아니에요?"

“오늘 재킷 색상이 피부톤에 잘 맞으시는데요? 화사해 보이세요!”

“난 일주일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했어? 업무 속도 정말 빠르다, 대단해!”

“여기 김치찌개 맛있네요! 우리 인턴, 식당 고르는 것까지 센스쟁이야.”


남들이 오글거리고 가식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어 칭찬이나 긍정적인 표현을 일부러 참을 때도 있을 정도로, 업무, 조직 구성원, 소소한 일상 등 사람, 사물, 사건을 가리지 않고 세상의 밝은 면이 먼저 관찰된다. 작은 일에도 행복감을 느끼고 즉흥적이며 쉴 새 없이 움직여 에너지를 소진하는 성향인 것이다.


“과장님, 보고 싶어요. 과장님 밑에서 일했을 때가 제 리즈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칭찬해 주시니까 진짜 열심히 했었는데 지금 팀에서는 의욕도 없고 그래요.”

“오 과장이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 확실히 미팅 분위기가 다르다니깐.”

"이거 꼭 성공시켜야 되는 프로젝트라, 오 과장이 적임자다 싶었어. 오 과장한테는 긍정의 기운이 있거든!"  

“과장님 그거 아세요? 황 대리 올해 목표가 과장님처럼 후배 사원들 잘 챙기는 리더가 되는 거래요.”


선후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의 진심이 잘 전달된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장애요인보다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내 관점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와 다른 눈


초긍정주의자인 나에게, 함께 일하기 힘든 성향이 있으니, 바로 조 상무와 같은,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 주의사항이 먼저 보이는 사람이다. 그들은 리스크에 집중하기 때문에 변화에 있어 반대 목소리를 내며 필요한 자원이 모두 충족될 때 행동으로 옮기고, 조직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나와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과 함께 일 하는 것은 참 어렵다.

의견 충돌을 막고자 그 사람을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의견을 정반대의 관점에 맞추기도 힘들다. 상이한 관점은 논의 과정에 반영되고 결국 갈등을 유발하곤 한다. 


업무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는 이유는, 현실에서 부딪히는 구성원 간의 성향 차이가 궁극적으로는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가 하는 일에 칭찬만 한다면 발전하기 어렵다. 부정적 피드백, 실수에 대한 냉철한 지적은 그 순간은 마음이 쓰리지만, 결국 상황을 재정비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무수한 연구 결과 또한 이를 입증한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이 협업하는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가진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재무적 목표 달성 및 혁신, 더 나은 사업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2~8배 증가한다.

Source : Juliet Bourke, Which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 How Diverse Teams Create Breakthrough Ideas and Make Smarter Decisions (Australian Institute of Company Directors, 2016)




포용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방법.

숨어 있는 공통점 찾기


그렇다면 나와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과 감정싸움이 아닌 건설적인 논쟁을 기반으로 협업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포용의 리더가 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논쟁을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그와 나 사이의 공통점을 한 두 가지라도 찾아보는 것’이다. 


하이네켄은 Open Your World라는 광고를 통해, 정반대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도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프트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 영상 형태인 광고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보수론자와 진보론자, 환경보호론자와 개발론자, 트랜스젠더와 남녀의 성역할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자, 페미니스트와 여성혐오론자 등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을 한 그룹으로 묶어, 별도의 자기소개 없이, 가구를 조립하는 미션을 부여한다. 

함께 설계 도면을 보고, 부품을 옮겨 가며 가구를 조립해 나가는 협력의 과정을 통해, 그들은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당신은 긍정적인 사람이다.", "당신은 상당한 포부가 있다.", "좋은 아우라가 있는 빛나는 사람이다.", "당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와 같은, 서로에 대한 장점과 긍정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특히, 진행자가 상호 간의 공통점이 있는지 물었더니, "우리 둘 다 자신감이 있다.", "목소리가 크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빨리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 "진솔한 대화가 가능한 성격 같다.", "알고 지내기 좋은 사람이다."와 같이 많은 공통점을 찾아낸다. 


우리는 타인과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그와의 관계가 더 빠르고 쉽게 연결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일단 유사점을 중심으로 심리적으로 연결되고 결속되면, 의견 및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와 같이 '상호 간의 관점 차이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 더 쉽게 느껴진다.

타인을, 성향과 관점의 차이를 가진 배척 대상이 아닌, 전인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이네켄 광고로 돌아가 보자.

상호 간의 공통점에 대한 질문이 끝난 후, 진행자는 참가자들의 사전 인터뷰 영상을 보여준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를 변명하는 수단일 뿐이에요.”

“만약 기후 변화가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고 누군가 제게 말한다면, 저는 헛소리 하지 말라고 말할 거예요.”

“트랜스젠더, 그건 이상한 거죠.”


방금까지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고 느꼈던 협업 대상자가, 알고 보니 나와는 정반대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자 평소 자신이 혐오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북함과 당황스러움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까?


놀랍게도 아니었다. 

그들은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었고, 서로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대화를 시작한다.

“우리 맥주 한 잔 할래요?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늘 당신과 함께 해서 좋았다는 점이에요.”

“나의 관점에 대해 타인을 설득시키려면, 가장 효과적인 건 이렇게 앉아서 술 한 잔 하면서 대화하는 거 아닐까요? 제 이야기를 들어 볼래요?”

“저는 사실 모든 것이 이분법으로 구분된 환경에서 자라왔어요.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겠네요.”

“우리 서로 핸드폰 번호 교환해서 계속 연락하고 지내요.”


영상 속 그들의 모습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후, 나도 종종 이 방법을 사용하곤 하는데, 생각보다 성공률이 높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안된다'던 조 상무의 쓴소리에 마음이 상해 그의 의견 자체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 상무도 나도 회사의 비용에 민감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마음은 동일하다. 나는 그의 메일을 읽고 또 읽었고, 이 프로젝트가 FGI 후 전면 도입보다는 전 직원 니즈 조사 후 요구도가 높은 그룹부터 단계별 지원이 되는 게 더 적합함을 깨달았다. 조 상무와의 관점의 차이는 생산적인 마찰로 작용한 것이다.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하는 예기치 못한 순간이 또다시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슬기로운 회사생활'을 위해, 이 사소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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