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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Apr 20. 2020

필라테스 강사를 꿈꾸는 신입사원

[무엇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로막는가] 일의 의미가 다른 구성원

팀에 두 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들의 열정과 패기, 새롭고 창의적인 의견들이 반영되어 업무 품질이 향상될 것을 생각하니 설렌다. 면접 때 전공 지식, 인턴 경험에 대한 어필과 회사에의 기여를 약속하던 지원자들이니, 입사후 포부도 대단할 것 같다. 내 에너지에 그들의 에너지까지 더해지면, 우리 팀은 더 많은 것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두 분 입사 축하해요. 지은 씨는 일 시작하면 어떤 것부터 해보고 싶어요?”

“저는 월급 모아서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 수강해 보려고요.”

“회사 밖에서 하는 거 말고, 우리 팀에서 해 보고 싶은 건 없었어요? 업무와 관련해서요.”

“글쎄요... 프로 투잡러? 영앤리치?”

“아... 승훈 씨는 어때요?" 

“과장님, 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잘됐네요! 해 보고 싶은 게 뭔데요?”

“유튜브 하고 있는데 책상에 카메라 설치해도 괜찮겠죠? 브이로그 올리고 싶어서요.”


달라도 참 다르다. 신입사원과의 십 년도 넘는 나이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물론 나 역시, 퇴직하면 건물주가 되고 싶다든가 바리스타나 베이커리 사장이 되겠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누긴 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임원을 달고 업계 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 왔다. 

그런데 막 입사한 신입사원의 꿈이 조직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가 낯설기도 하고, 그들에게 기성세대의 직업 정신, 업무량, 조직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기대했던 내가 정말 '젊은 꼰대'였구나 싶다.


어떻게 하면 나와는 ‘일의 의미’가 다른 그들의 관심을 조직 안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기성세대로서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떠한 방법으로 몰입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의 본질과 가치, 성공에 대한 개념의 변화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달여간의 연수를 진행했다. 마치 신화 같은 창업부터 현재까지의 기업 역사, 회사를 성장시킨 주요 제품, 기업 영웅인 임원진의 강의를 듣고 행군, 카드섹션, 체육대회 등 단합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신입사원의 피는 조직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끓어올랐다. 

애사심과 끈끈한 동기애로 다져져 퇴소식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현업에 배치된 이후로도 동기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회사에 대한 정보를 교류해 나가고, 그렇게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임원이 될 때까지 경쟁과 응원을 해 나갔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던 기성세대의 경우, 구성원 대부분의 꿈은 조직을 향해 있었다. 높은 인사 고과 점수와 연봉, 빠른 승진, 해외 주재원 파견 등 조직 안에 삶의 목표와 기회가 있었다. 회식, 주말근무, 야근은 조직생활의 연장이자 의무였다. ‘평생직장’이 당연했기에, 어떻게든 조직 안에서 버티고자 했다. 다소 부조리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조직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수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를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블라인드, 잡플래닛, 밴드 등 기업 문화에 대한 적나라한 정보가 공개된 플랫폼을 통해, 조직에 대한 환상을 버린 지 오래다. 선배에게 듣는 경험담도 참 많다. 


"임원 된다고 좋은 거 하나 없다. 그 자리까지 가려면 개처럼 일해야 된다."

"그 회사는 군대식 문화라 아무 말 안 하면 호구로 부린다." 

"신입사원 때부터 술은 못 마시는 척 해라. 안 그러면 회식 때마다 부른다."


시작부터 애사심을 갖기 어렵게 된 그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회사에 들어가긴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은 삶의 한 요소에 불과하며 워라밸을 찾는 것이 중요해진 그들. 그래서인지 최근 만나 본 신입사원 중에는,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할 인생의 목표는 따로 있고, 경제적인 문제나 소속감을 위해 입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기성세대에게는 조직 안에서의 평가, 직위, 소유, 권한 등이 성공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나 명예가 아닌 각자 자신만의 행복과 성공의 기준이 있다. 물론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고 화려한 커리어를 쌓는 것을 우선적인 가치로 두는 밀레니얼도 있다.  


반면, 지은 씨처럼 개인의 건강한 삶, 승훈 씨처럼 인플루언서로 본인의 영향력을 중요시하는 사람 등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보다 다양해졌다는 것이 큰 변화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속해 있는 곳은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체. 직원들의 몰입과 역량을 이끌어 내야만 한다. 게다가 하루 8시간, 회사에서 보내야 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개인의 꿈과 회사의 비전을 연결해 밀레니얼 신입사원이 조직 안에서도 재미와 보람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임은 분명하다.




일의 가치와 의미 전달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우리 조직의 비전은 이러하다.", "주인 의식을 가져라."와 같은 기존의 교육으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없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의 의미’를 전달하려면, 조직의 비전과 개인의 목표를 연결한 로드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지금 하는 일이 전체 목표를 달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임을 설명해 주면 일의 가치를 알게 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실제 조직 내 제도나 제품에 반영한다면, 회사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자기 일을 사랑하게 하려면 가치 있는 일을 맡겨야 한다. 그동안 직급별로 일의 중요도를 나누어 배분했다면, 모든 일을 프로젝트화 하고 신입사원이라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를 제공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부품이 아닌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그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합리적인 업무 진행과 의견의 수용


밀레니얼 세대는 일의 추진 단계에서 합리성을 중시한다. 형식적인 보고 문화, 일이 없는데도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지키는 야근 등 과거의 조직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상명하달식의 일방적인 업무 지시나 리더의 명령조와 같은 언어 습관도 고쳐져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며,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회사에서 일하길 희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더는 개선사항을 조언하는 것은 능숙하지만, 공감과 인정에는 인색하다. 때로는 신입사원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보자.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을 경우, 밀레니얼 신입사원은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기성세대는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내가 해 오던 이 방법이 진리’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과거의 경험이 미래에도 정답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들이 제안하는 방법을 수용할 줄 아는 리더의 유연함을 보여주자. 사고를 자유롭게 하게 두면 회사에 기여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앞서 소개한 신입사원 연수도 최근에는 그 운영 방법이 크게 변했다. 단합력 키우기로 포장되었던 얼차려와 회사 임원진에게 보여 줄 장기자랑 연습은 없어졌고, 신입사원이 임원을 대상으로 ‘밀레니얼 세대와의 행복한 동행’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의 관습과 편견을 깬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대였던 밀레니얼 신입사원이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며 성장해 온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저성장 시대, 고용이 불안정한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그들만의 행복 전략을 찾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떤 조직도 자신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현대 사회에 최적화되어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찮은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의미를 알고 싶은 밀레니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보상해 주는 만큼 기여하고 남은 에너지는 자신에게 쏟으려는 밀레니얼.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조직을 만들기 위해, 바뀌어야 할 것은 그들이 아닌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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