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발

by 이정표

버킷리스트 일정은 두 달 만에 모두 끝이 났고, 이제 정말 마지막 여행만을 앞두고 있었다.

여행은 열흘간의 일정이었다. 그동안은 다 함께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제부터는 각자 하고 싶은 대로, 조금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마지막 전날에는 어떻게 죽을지를 함께 의논하고, 마지막 날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

여행지는 오랜 상의 끝에 정한, 강원도 고성의 한 시골 마을이었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고요한 곳으로, 삶을 조용히 정리하기엔 더없이 좋았다. 특히 산을 좋아하는 향수 아저씨는 등산을, 바다를 좋아하는 챠키 언니는 수영을 할 수 있어 딱 안성맞춤이었다. 민박집 예약까지 모두 마친 우리는, 떠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기 전, 각자 가족들과 작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긴 시간 가족들과 얼굴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지낸 나에게, 작별은 쉽지 않았다. 죽기 전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갑자기 나타나 비보를 전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 때문에 속만 썩이셨을 엄마에게, 끝까지 못할 짓이었다. 엄마 생각이 자꾸 나자, 그동안 차마 들어가 보지 못했던, 엄마와의 채팅방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그 사이 못 본, 엄마가 보낸 메시지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전부, 나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마지막으로 엄마 얼굴 한 번 보고,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다. 엄마의 체취와 체온을, 단 한 번만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이 내겐 마지막 기회였다. 이걸 놓치면, 난 또다시… 갑갑한 어둠 속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 같은 건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내가 떠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 엄마도, 더는 나 때문에 죄인처럼 움츠러들 필요가 없어진다.

유서를 쓰려 몇 번이나 펜을 들었지만, 다 찢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내 방과 집 청소만 끝마쳤다. 가족이 없는 동안, 조용히.



여행 당일 아침이 밝았다. 여느 날처럼 가족들은 출근 준비로 분주했고, 하나둘 현관을 나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가만히 누운 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물건을 찾는 목소리도 간간이 들렸지만,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아챌 만큼 익숙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소리들이 마음 깊은 곳까지 파문처럼 번졌다. 특히 엄마가 마지막으로 나가실 땐, 하마터면 문을 열고 뛰쳐나갈 뻔했다. 마지막 현관문이 닫히고 나자, 집 안은 어느때보다 적막함이 감돌았다. 혹시나 싶어 한참을 더 기다렸다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사람들과 오전 일찍 만나 함께 출발하기로 했기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집을 나서기 전, 빈 방과 집 안을 마지막으로 천천히 돌아봤다. 그리고 조용히 내 방 문과 현관문을 차례로 닫고 나왔다.

계절은 어느새 따뜻한 봄을 지나,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햇살은 벌써부터 뜨거웠고, 길가의 나무들은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약속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두가 모였다. 다들 평소보다 한결 평온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캐리어를 끌고 화려한 옷차림에 선글라스까지—누가 봐도 여행길이었다. 그중에서도 챠키 언니가 가장 들떠 보였다. 관광지 리스트까지 출력해 온 언니는, 결혼 후 가족 없이 떠나는 첫 여행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오랫동안 집을 비울 핑곗거리를 고심했다던 터라 가족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했지만,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는 차마 묻지 못했다. 반면 칼은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이었고, 안색도 좋지 않았다. 퀭한 눈 밑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거뭇한 턱수염까지 자라 있었다. 우리를 향해 애써 짓는 웃음이 오히려 더 애잔하게 느껴졌다.


한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드디어 강원도 동해안으로 출발했다. 고성으로 곧장 가지 않고, 도중에 관광지에 들르기로 했다. 번잡한 서울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는 점점 줄어들었고, 어느새 쭉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차창 너머로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밝은 햇살 아래, 잔잔한 물결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쾌청한 날씨에 뻥 뚫린 도로 위를 달리자니, 마음속까지 시원해졌다. 꼭 진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고,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떠났던 여행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손도 따라 내밀어 보았다. 바닷바람이 얼굴과 손을 세차게 스치며, 머리카락을 거세게 휘날렸다. 쭉 내민 혀끝에 바닷물의 짠맛이 느껴졌다. 곧 죽을 예정이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만큼은 살아 있음을 마음껏 누려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먼저 해수욕장에 들렀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닌데도 한산했던 도로와는 달리, 해수욕장은 입구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고, 세상 걱정이라 하나도 없어 보였다.

파라솔 아래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모래투성이에 흠뻑 젖은 채로 웃고 떠드는 이들, 서로에게 바닷물을 끼얹고 물속에 빠뜨리며 장난치느라 정신없는 친구들,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다정한 젊은 연인들까지.

바다 위를 거침없이 누비는 사람들의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도 위를 미끄러지는 서퍼들,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제트스키, 물기둥을 타고 솟구쳐 오르는 플라이보드, 보트에 이끌려 하늘을 나는 패러세일링까지—

차에 혼자 있으려다 마지못해 따라나선 칼은 여전히 멍한데다 살짝 움츠러들기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아무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가 웬일인지 바다 위 풍경에는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렀다.

마침 점심시간인데다 배도 고파 근처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고기 굽는 냄새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앞치마를 두른 종업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목청 높여 주문을 받고, 바쁘게 손발을 움직였다. 우리 앞 불판 위에선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배가 고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의 고기를 보고도 딱히 먹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냄새도, 소리도, 어쩐지 모두 멀게만 느껴졌다. 다들 나와 같은지 말없이 익어가는 고기만 바라보았다. 축 처져 있던 칼뿐 아니라, 잔뜩 들떠 있던 챠키 언니조차도. 향수 아저씨만 상추쌈을 큼직하게 만들어 입 안 가득 넣고 우물거렸다. 그러다 우리를 한 번씩 둘러보고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안 먹고 뭐해. 얼른 먹어. 고기 다 탄다.”

아저씨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리는 마지못해 고기 한두 점을 집어 들었다.

식사 후, 해변을 잠시 거닐었다. 모래사장을 밟으며 걷고, 작은 항구와 전망대에도 들렀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도 실컷 했다. 처음 출발할 때와 달리, 차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 누구도 말이 없었고, 속을 알 수 없는 표정들이었다.


민박집에 도착했을 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앞으로 묵게 될 집은 한눈에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기와집이었다. 곳곳에는 옛 정취가 물씬 배어 있었다. 녹슨 대문은 열고 닫을 때마다 삐그덕, 오래된 마루는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 소리를 냈다. 길게 뻗은 마루를 따라 방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문과 창엔 나무살에 한지를 바른 종이창호가 달려 있었다. 방 안은 아담하고 정갈했다. 우리가 온다고 미리 쓸고 닦은 티가 역력했다. 마당 한켠엔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가운데엔 수돗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개집에 묶인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선 이들을 보고도 반갑다는 듯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연로하신 주인 할머니께서 버선발로 마중 나와, 우리를 반겨주셨다.

“아이구야, 이 먼 데를 허벌나게 고생허고 왔구먼. 얼릉 들어와. 저녁 해놨응게, 손 씻고 한술 떠~~”

부엌의 가마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녁때쯤 도착한다고 미리 말씀드렸더니, 우리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저녁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고소한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돌며, 그제야 허기가 밀려왔다.



이곳의 하루는 일찍 시작되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꼬끼오’ 닭 울음소리가 적막을 깨웠다. 이른 아침이면 마을은 자욱한 안개 속에 폭 파묻혔다. 보드라운 이불처럼, 안개는 온 세상을 덮고 감싸주었다. 날이 밝자, 우거진 나무와 무성한 수풀 속에서 풀벌레들이 쉴 새 없이 울어댔다. 그 요란한 소리는 귓가를 간질이며 아침을 흔들어 깨웠다.

대낮에도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이따금 동네 구멍가게 앞 평상에 앉은 어르신들만 눈에 띄었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부채질을 하며 담소를 나누거나 바둑을 두는 모습이었다.

그 평상은 이 마을의 회관이자 경로당이었다. 한적한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동네 개 두 마리와도 자주 마주쳤다. 그 둘은 꼭 단짝 같았다. 항상 붙어다니며 서로 장난치는 모습이 참 정다웠다.

이곳에서 해는 금세 졌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면 거리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동네 개들이 월월 짖어대는 소리만이 텅빈 거리에 구슬프게 울려퍼졌다. 집집마다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밥 짓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아홉 시가 되기도 전에, 집집마다 불이 꺼졌다. 희미한 가로등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그즈음이면, 선선한 바람에 시골 정취도 느낄 겸, 우리는 가벼운 차림으로 밤 산책을 나섰다. 어두워지자 소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소쩍새, 풀벌레, 귀뚜라미, 개구리… 모든 울음이 밤의 합창을 이루었다. 한참을 걷다 보면 마을을 벗어나, 이차선 해안도로에 닿았다.

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 가드레일 너머 어둠 속에서 규칙적인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가로수를 따라 띄엄띄엄 늘어선 가로등이 길을 비추고 있었고, 가로등 불빛에 바로 맞닿은 무성한 잎사귀들이 유독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목가적인 시골 풍경 속에서 현란하게 빛나는 네온불빛 표지판 하나가 홀로 서있었다. 붉은빛과 초록빛 문구가 번쩍이며 천천히 흘러갔다.‘급커브 구간입니다. 안전운전 하세요.’

화려한 도심 속에 있다 이곳에 오니, 시간이 한결 느리게 흘러갔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보이는 건 온통 오래된 기와집과 자연뿐이었다. 식당에라도 가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했고, 배달음식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읍내까지는 거리가 꽤 되어 주로 차를 타고 다녔다.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을 앞두고 나니, 이런 적막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사색에 잠겨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마지막을 준비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식사는 직접 차려 먹거나, 이따금 읍내 식당에서 해결하곤 했지만, 주로 주인 할머니께서 정성 어린 소박한 시골밥상을 차려 주셨다.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던 터라 처음엔 입맛에 잘 맞지 않았지만, 어느새 할머니가 퍼 주신 고봉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도 모자라 새 밥을 푸곤 했다. 할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외지인이라며 우리를 반가워하셨고, 우리가 잘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해하셨다.


계획대로 우리는 서울에서와는 달리, 각자 시간을 보냈다.

신나게 관광지 투어를 할 줄 알았던 챠키 언니는, 막상 이곳에 도착하자 예상외로 운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스무 살 때 운전면허만 따놓고 실제로 운전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마을의 버려진 분교에서 동네 이장님의 허락을 받아, 한점이 몰고 온 차로, 향수 아저씨에게 운전을 배웠다.

아저씨도 언니도 무척 열정적이었다. 언니는 그렇게 혼나면서도 운전대를 놓지 않았고, 아저씨도 그렇게 혼내면서도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운전 연습을 할 때 언니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했다.

한점은 경치 좋은 곳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동네를 산책하곤 했다. 어쩌다 읍내 서점에서 책을 사오기도 했는데, 자기 차는 언니와 아저씨의 운전 연습용으로 내주고는 주로 걸어서 읍내까지 다녀왔다.

향수 아저씨는 우리 중 제일 활동적이었다. 평소에도 등산을 즐겨 다니시는 만큼, 이곳에서도 새벽 일찍부터 마을 뒷동산을 자주 오르셨다. 마을 사람들이랑은 언제 친해지셨는지, 마을 일손을 도와주고 새참까지 얻어먹으며 다니셨다. 거기다 틈틈이 챠키 언니 운전연수에, 무기력한 칼까지 챙기셨다.

칼은 다 함께 밤 산책을 나갈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멍하니 보내곤 했다.

가끔 스마트폰만 들여다볼 뿐이었다. 보다 못한 아저씨가 등산이나 마을 일손 돕기에 끌고 가려 하면, 마지못해 따라나서곤 했다.

나는 주로 동네 마실을 다니거나, 민박집 강아지의 재롱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강아지는 그냥 ‘똥개’라고 불렸는데, 내가 ‘몽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털이 꼭 하얀 뭉게구름 같았기 때문이다. 몽실이랑 함께 산책하려고, 한점이 읍내 서점에 갈 때 따라가 목줄까지 사왔다. 처음 목줄을 채웠을 때 몽실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더니, 막상 산책을 나가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제는 산책 줄만 들어도 좋아서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몽실이는 어느새 동네 개 두 마리와도 친해졌다. 그 아이들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하나는 뭉게, 다른 하나는 구름이었다. 몽실이와 뭉게, 구름이는 마주칠 때마다 정신없이 뛰놀며 장난을 쳤다. 그 녀석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함박 웃음이 지어졌다. 식사 시간이면 주인 할머니를 도와 상차리는 일은 주로 한점과 내가 도맡았다. 덕분에 식사 후 가마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마음껏 긁어먹는 특권을 누렸고, 내 배는 꺼질 틈이 없었다.



여느 날처럼 우리는 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식당 안은 한산했고,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식당 아주머니는 한 켠에 걸린 자그마한 TV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밥만 먹던 우리의 귀로, 익숙한 단어가 불쑥 들어왔다.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귀를 쫑긋


“다음 소식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사기를 벌여온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속이며, 특정 물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해 금품을 갈취해 왔습니다.

또한,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에게도 ‘편안히 죽을 수 있는 약’이라고 속이며, 정체불명의 물질을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갈취한 피해 금액만 무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원래 소설가 지망생들로, 온라인에 연재를 시도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생활이 어려워지자,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쯧쯧, 할 짓도 없다고 궁지 몰린 사람 상대로 사기 치는 겨? 저런 놈덜은 천벌을 받아야지, 암만."

아주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갸웃하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니 근디, 과거로 보내준다 어쩐다 하는 소리에 홀라당 넘어간 사람이 진짜 있단 말이여?"

어느새 우리의 밥 먹는 속도는 빨라졌고, 어느 때보다 조용히 밥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계산도 후다닥 마친 우리는, 쏜살같이 식당을 빠져나왔다. 식당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한숨 돌린 우리는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참나, 혼자가 아니라 일당이었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거네. 나쁜 놈들."

향수 아저씨가 씩씩대며 말했다.

"하다하다 죽으려는 사람들 상대로 약까지 팔다니..."

칼이 치를 떨며 말했다.

"소설가 지망생이래요. 어쩐지, 글이 참... 술술 읽히더라고요."

내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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