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에 갈 날이 점점 다가오던 어느 날이었다. 두번째 버킷리스트를 정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모였다. 첫 번째 버킷리스트의 성공으로 우리는 한껏 의기양양했고, 어느새 끈끈한 전우애까지 생겼다.
두번째 버킷리스트는 가장 쉽고 가장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향수 아저씨의 것으로 정했다. 바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된장국 찾기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 버렸다. 아무리 맛집을 찾아다녀도 아저씨는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계속된 실패에도 우리는 오직 그 맛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떠돌기 시작했다. 수도권부터 시작해 점점 지방으로, 어느새 전국 방방곡곡을 전전하고 있었다. TV 맛집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블로그, SNS까지 샅샅이 뒤졌다. 욕쟁이 할머니들의 찰진 욕을 여러 사투리로 듣고 또 듣다보니,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달이 훌쩍 지나갔다. 기대와 실패가 반복되면서, 우리는 모두 진이 빠져버렸다. 된장국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특히 입맛이 까다롭고 양식을 좋아하는 한점이 제일 힘들어했다. 그런 우리들을 보며 아저씨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셨다. 하지만 그 무엇도 아저씨의 실망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렇게 아무 수확 없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저씨는 얼굴에 손을 얹고 창밖만 바라보며 향수의 노래가사를 나지막이 흥얼거렸다. 그 모습이 유난히 쓸쓸하고 서글퍼 보였다.
우린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다시 뛰어보려 했지만, 급기야 된장국의 ‘된’자만 나와도 속이 울렁거릴 무렵, 결국 항복을 외치고 말았다. 더 가려해도 더이상 갈 곳도 없었다.
"혹시, 아저씨 어머니께서 외국 분이셨던 건 아닐까요? 외국까지 나가야되는 거 아니에요?“
내가 한점의 귀에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와, 된장국 맛 하나 찾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네요. 정작 콘서트 예매는 쉽게 끝났는데,”
칼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임신했을 때도 이렇게는 못 받아본 것 같네요. 남편이 이 정도만 해줬어도 고마워하며 살았을 텐데…”
챠키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 씁쓸함이 꼭 된장국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다들… 저 때문에 고생만 하셨네요.”
아저씨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건... 이제 이쯤에서 접죠.”
“그럼 향수님은 다른 걸로 바꾸세요.”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닙니다. 전국의 된장국이란 된장국은 다 맛봤으니까 이걸로 됐습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이젠 죽어도 여한 없습니다. 허허… 다들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허심탄회하게 웃어보였지만, 돌아서는 뒷모습이 유독 쓸쓸해 보였다.
그런 아저씨를 보며 다들 안타깝긴 했지만, 더는 무리라는 걸 알기에 선뜻 나서지도 그렇다고 위로를 건네지도 못했다.
그렇게 쓰라린 패배감을 삼키며,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처참한 실패로 끝이 났다.
실패로 끝이 난 두 번째 버킷리스트의 여파는 한동안 이어졌고, 세 번째 버킷리스트는 아예 꺼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어느덧 내가 콘서트에 갈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조용하던 단톡방이 웬일로 소란스러웠다. 들어가보니, 온통 와이낫과 내가 갈 콘서트 얘기 뿐이였다.
“그럼 곧 있을 콘서트는 어떻게 되는 거죠?”
“어떻게 되긴요. 당연히 취소되는 거죠.”
“갑자기 무슨 일이래요?”
“아직 소식 못 들으셨어요? 와이낫 병원에 입원했대요. 많이 위독한가 봐요.”
“병원엔 왜요? 스케쥴이 바빠서 쓰러졌대요?”
“그게 아니고, 자살시도를 했나봐요. 다행히 실패로 끝나고 빨리 발견돼서, 병원으로 실려갔대요. 근데 아직 깨어나진 못했나 봐요.”
쾅,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나는 그였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었다. 데뷔 하자마자 무명시절도 없이, 지금까지 죽,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었다. 지금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데, 왜 하필 지금인지, 더군다나 콘서트를 앞두고서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젊은 사람이 어쩌다 그랬대. 보기만 해도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와이낫 같이 다 가진 사람들도 저런 선택을 하다니 놀랍네요.”
어른이는 결국 깨달아요. 새나라는 허상이라는 것을요.
“그나저나 싱어님은 어쩐대요? 콘서트 간다고 잔뜩 신났었는데...”
콘서트는 결국 취소되었고, 티켓값도 다 환불받았다. 어쩐지 잘 풀리는게 수상했다. 내가 하는 일은 항상 다 이 모양이었다. 결국 죽기 전 내 마지막 소원마저 내동댕이 쳐졌다. 어쩌면 내가 콘서트에 당첨된 덕분에, 내 불운이 와이낫에게로 갔는지도 몰랐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한 버킷리스트 두개는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