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인 줄 알았다

내음 씨는 집에서 유일한 남자다.

by 심내음

내음 씨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옷을 입고 갈증이 나서 물을 한 잔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인기척에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니 하얀 잠옷에 긴 머리를 풀어헤친 사람이 내음 씨 앞을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유 깜짝이야”


내음 씨 집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내음 씨는 집에서 유일한 남자고 내음 씨 집 여자들은 지금 모두 긴 머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활기에 차있는 내음 씨 집 여자들은 화장실을 갈 때 저렇게 빠른 속도로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달려간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내음 씨는 놀랄 수밖에 없다. 한때 여름마다 사람들을 TV로 불러모았던 인기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을 본 지도 아주 오래전일이지만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긴 머리와 하얀 옷은 내음 씨 피부 밑에 숨어있던 소름들을 일제히 일으켜 세우기 충분한 비주얼이다.


언젠가 저녁을 먹을 때 내음 씨는 이런 공포스러운 화장실 달리기를 자제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자 내음 씨의 막내딸이 말한다.


“아빠를 위해서 뛰는 거야. 놀라면 짜릿하잖아. 매번 화장실이 급했던 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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