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짧은 생각

당신과 당신의 분신인 마스크 모두 안녕하신가요?

내 몸과 같은 마스크, 도대체 언제 해방되는 거니

by 심내음

코로나 19가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온 것을 여러 곳에서 느낀다. 그중 마스크는 이제 휴대폰과 같이 어디를 가더라도 꼭 챙기는 필수품이 되었고 외출을 하다가 휴대폰을 잊고 다시 챙기러 들어오는 것처럼 마스크를 깜박하면 집에서 나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내렸어도 다시 올라와서 챙기게 되었을 정도가 되었다.


얼마 전 일요일 동네 카페에 갔다. 당시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 아웃만 할 수 있었고 그 외 일반 카페에서만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내가 간 카페는 야외에 몇 개 테이블이 있었는데 다행히 테이블이 하나 비어 있어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후 주문한 아이스 라테가 나와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아이스 라테를 마시고 있었다. 예전에는 무언가 마실 때 마스크를 아예 벗거나 턱에 마스크를 걸치고 마셨는데 최근에 코로나 19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규칙이 더 엄격해짐에 따라 음료를 마실 때마다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마시고 나서 다시 마스크를 올렸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옆 테이블에 있던 커플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남자가 무엇을 잘못했던지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있었고 여자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화를 내고 있었다. 무슨 죽을죄를 지었을까 잠시 궁금해하던 차 남자도 흥분을 했는지 앞에 앉은 여자에게 그만 가자면서 마지막 조금 남은 음료를 다 비우려 했는지 갑자기 잔을 들어 고개를 젖히면서 원샷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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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마스크를 쓴 채였다.(이런..참사가) 마스크를 쓴 채로 음료수를 과격하게 원샷을 하여 음료와 얼음이 마스크 위에서 통통 취면서 흘러내렸고 남자는 깜짝 놀라 바지에 튀는 음료를 피하고자 자리에서 순간 개구리처럼 펄쩍 튀었다.


그러자 여자는 그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치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남자가 그렇게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닌가 보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커플은 마스크가 애를 써 준덕인지 싸울 때보다는 훨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카페를 떠났다. 코로나 19를 생각만 하면 기분이 우울해지지만 이런 웃음을 주었느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비슷한 일이 나에게도 있었다. 얼마 전에 입 안에 이물질이 느껴져 순간적으로 세면대에 퉤하고뱉으려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물질은 세면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순간적으로 다시 한번 뱉었는데 역시 이물질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된장. 나도 마스크를 쓴 채로 뱉었던 것이다. 5초 정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때문에 띵~한 상태로 서있었다.


마스크가 몸에 일부처럼 된 이런 생활이 결코 유쾌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 19를 슬기롭게 이기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마스크 때문에 생기는 웃픈 일들을 보고 작은 위로라도 삼아야 코로나 블루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면 추억이라도 씹으면서 묵묵히 살아갈 수밖에 없으리라. 오늘도 마스크를 한 몸같이 열심히 쓰고 계신 모든 분들 정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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