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짧은 생각

입맛이 없어도 밥을 먹어야 디저트가 맛있다.

두 번째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실패

by 심내음

딸아이가 고등학교 진학 때문에 요새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본인 적성과 흥미에 맞는 학교에 가려고 마지막으로 추첨으로 배정되는 학교가 결정되기 전 여기저기 지원제 고등학교를 먼저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원서와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것을 많이 어려워한다. 본인은 진짜 가고 싶은 학교에 에너지를 다 쏟기 위함이라지만 아빠가 보기에는 불합격과 실패를 맛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본 경기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실제와 유사한 연습경기를 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딸에게 해주었다. 물론 첫 번째로 가고 싶은 학교가 일정상 첫 번째로 지원해야 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만약 첫 번째로 가고 싶은 학교의 지원 일정 앞에 다른 비슷한 학교의 지원 일정이 있다면 그건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원서와 자소서를 또 써야 하고 결과적으로 불합격이 된다면 사춘기인 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본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굳은살을 키워야 하고 그 굳은살이 나중에 진짜 본인이 원하는 학교와 일, 직장에 지원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딸이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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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내가 최근에 직접 겪었던 “두 번째”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회사에서 해외로 파견되는 주재원 교육의뢰가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업무 외에 일이라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지만 나도 예전에 주재 파견 전에 선배 주재원들로부터 많은 정보와 조언, 정보를 받았던 터라 몸은 고달파다 머릿속에서는 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에는 코로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파견되는 인원들이 많아서 교육을 두 번으로 나눠서 하게 되었다. 첫 번째 교육을 하는데 공교롭게 경영진 보고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어 기존의 잡혀있던 강의 일정과 일부 겹치게 되었다. 보고를 마치고 허겁지겁 들어가서 첫 번째 강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첫 번째 강의를 하고 나니 미처 말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이 났다. 강의 전에 미리 후배 주재원들에게 이야기해줄 내용을 정리를 했지만 실제 강의가 끝나자 더 많은 생각들이 났다. 그래서 사실 이후 두 번째 강의를 할 때 비로소 거의 빠진 것 없는 완성도 높은 강의를 하게 되었다. 두 번째 강의가 끝나자 첫 번째 강의를 수강한 주재원 후보들에게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 강의를 들은 주재원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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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말했다. 진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기회에 첫 번째로 도전하는 것보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전에 다른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마음적으로 실패에 상처를 받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은 기회에 분명 그 실패는 도움을 줄 것이라고. 결정을 하는 것은 딸이고 딸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해주겠지만 녀석이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기 전 방으로 가서 한 마디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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