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 보려면 신문 한 다발은 필수

스포츠와 여유

by 심내음

예전 내음 씨가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체류하던 시절, 학교 친구인 마크가 자기 식구들과 휴일에 브런치를 같이하자고 했다. 내음 씨는 친구 집에 와인 한 병을 사 가지고 가 인사치레를 하고 항상 잘 못 먹는 유학생 티를 팍팍 내면서 맛있게 브런치를 먹고 있는데 마크의 아버지가 갑자기 오후에 시간이 되면 크리켓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딱히 할 것이 없었던 내음 씨는 재밌겠다 싶어 마크 가족들과 함께 크리켓 구장을 가기로 하고 차를 타는데 마크 아버지가 신문과 잡지를 한 보따리 트렁크에 싣고 출발을 했다. 내음 씨는속으로 관중석에 앉을 때 깔고 앉을 건가 보다 했다.

마침내 크리켓 구장에 도착해서 파릇파릇한 잔디와 맑은 하늘을 만끽하는 건 좋았는데 1시간이 지나자 내음 씨는 크리켓 이것이 도통 재밌지가 않았다. 공을 가지고 하는 스포츠는 다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내음 씨가 좋아하던 농구에 비해서 크리켓은 게임 전개도 빠르지 않고 무척 정적이라 느껴졌다. 그러다 마크의 아버지를 무심결에 봤는데 아까 챙겨 온 신문과 잡지를 유유히 보고 있었다. 게임을 보러 온 건지 신문과 잡지를 보러 온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거의 다섯 시간 가까이 지속된 경기에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낸 내음 씨는 마침내 끝날 시간이 되자 다시 보지는 않으리라 마음먹고 웃으면서 'very interesting game'을 연발하며 종종걸음으로 제일 먼저 밖으로 나갔다.


경기장을 나가서 마크 아버지의 말에 내음 씨는 쇼킹했는데 게임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리켓은 2~3일에서 1주일 까지 1게임이 지속되니 재밌게 봤으면 내일 또 보러 오자고 하였다. 헉 소리가 나왔다.


다른 일이 있다고 하여 둘째 날에는 크리켓 경기를 보지 않았지만 경기를 보면서 책과 신문을 볼 수 있고 1 경기를 며칠 동안 하는 크리켓이라는 게임은 정말 내음 씨에게는 외계의 스포츠였다. 문화는 다른 것이지 나쁜 건 아니니까 내음 씨는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지구가 더욱 멋지게 느껴졌고 크리켓을 볼 때마다 그 때 마크 아버지가 신문을 넘기면서 풍기던 여유가 생각나 항상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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