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짧은 생각

나는 노랑이일까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노랑이 보다 노랭이가 더 익숙하다.

by 심내음

가끔 오후에 회사 매점에 갈 때가 있다. 대개 일이 바쁘지 않을 때 가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바쁘지 않은 날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있으니 그리 자주 가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튼 가서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고 싶은데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선반과 냉장고를 천천히 둘러본다. 꽤 한참 동안 한 개 한 개 천천히 들여다보지만 도무지 뭘 마셔야 할지 뭘 먹어야 할지 도대체 내가 뭘 먹고 마시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이걸 돈을 내고 먹거나 마시고 싶은 게 맞는지 계속 나 자신에게 물어보게 되고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고 매점을 나오게 된다. 만약 그게 내 딸들이 먹고 싶은 것이라면 훨씬 쉽게 지갑을 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아빠지’ 하는 유치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회사에서 간식을 주는 시간이 된다. ‘그래 뭐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는데 그냥 주는 간식이나 먹자’ 하게 된다. 오늘도 내가 노랑이일까 고개를 갸우뚱하다 곧 일속으로 다시 들어가 퇴근을 위해 마무리에 집중한다. 그리고 또 한 달 정도 지나면 똑같은 허한 느낌에 매점을 가고 또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나와 간식시간까지 기다리는 나를 보며 ‘나는 노랑이일까’ 하고 묻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어떻게 이 글을 끝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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