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까지

새벽

by 심내음

민재는 오늘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난다. 날씨가 추워져 따뜻한 이불속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데 그냥 집에 있을 수도 없고 집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얼마전 회사를 쉬면서 알았기 때문에 박차고 일어난다.

힘들면 민재는 자기 몸을 마징가라고 생각하고 비행선을 타고 마징가 로봇에 탑승했다고 생각한다. 추워도 비가와도 자기는 로봇이니까 그냥 한발 두발 걸어가면 된다라고 생각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된다 피곤하고 아파도.

집에서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걸으면 30분 정도 걸린다. 잠은 좀 부족해도 운동도 하고 버스비도 아낄겸 몇 달전부터 걷고 있다. 새벽 인적이 드문 길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아닌 것 같은데 아닌 것 같은데 왜 이 개그송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까, 부사장은 왜 말을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이해가 안 간다고 할까, 다음 주에 어머니와 산소에 가도 될까 가족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해야 다음 주 회사를 잘 다닐 수 있을까, 불판 있는 고깃집에 가서 갈빗살을 먹고 싶은데 아내와 아이들은 싫다고 하겠지? 그럼 또 혼자 가서 먹어야 하나? 둘째가 라벨 QR 코드로 응모한다는 옥수수수염차를 퇴근할 때 잊지 말아야지, 왠지 오늘따라 이 길이 지겹고 힘든데 라디오나 음악이라도 들을까,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 타자마자 몸을 잔뜩 움츠린 채 허겁지겁 잠이 든다.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심야 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