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더 심한 수술을 받으시고 더 아프신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도 몇 해전 큰 척추수술을 받고 건강하지 않은 삶은 살면서 아쉽고 서러운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 그 이야기를 글로 해보려 합니다”
민재는 가끔 허리가 아플 때 갑자기 우울해졌다. 언감생심 생수 6병이 집에 배달 와서 문 앞에 도착해 있을 때도 예전처럼 손이 가기보다 한참을 쳐다보며 민수는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지? 아내나 큰 딸을 부를까? 아니 그러면 아내와 딸이 이런 것도 아빠가 못드는구나 생각하고 실망할 텐데 그냥 못 본 척하고 들어가서 나중에 아내나 딸이 발견해서 옮기도록 둘까? 아냐, 그냥 들까? 그런데 그냥 들면 허리가 아플 텐데. 그리고 왠지 평생 동안 천 번 정도 이런 걸 들 수 있는 한도를 한 개 사용하게 되어 나머지 정말 급할 때 허리를 써야 할 때를 못쓰 수 도 있는데 아껴야 되지 않을까?’
민수는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계속한다.
‘신병비관 - 몸에 생긴 병을 어둡게만 보아 슬퍼하고 절망한다’이 정도 이길 다행이지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서도 가끔씩 찾아오는 고통과 생각에 민재는 슬퍼하고 절망한다. 수술을 받는 날 맛있는 게 먹고 싶다고 아내를 졸라 아빠가 수술을 받는 병원에 오지 않고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은 청소년인 아이들에게도 가끔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을 보러 병원에 오는 게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음을 알고 있지만 그냥 그냥 그냥
민재는 가끔 서운했다.
민재는 나쁜 생각을 끝내고 싶지도 않았고 비관을 바꾸어 낙관적으로 살고 싶지도 않았다. 예전과 다르게 민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그냥 이 정도인 게 다행스럽고 하루는 이렇게 된 것이 슬퍼서 신병 낙관과 신병비관을 왔다 갔다 하는데 민재는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순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차가운 밥이 싫어 뜨거운 물에 말았다가 너무 뜨거우면 다시 찬물을 부을 수도 있으니까’ 민재는 의자에서 일어나 아픈 허리를 잡고 침대로 걸어가면서 잠시 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덜 아플 때까지 누워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예 안 아파질 때까지 누워 있을 수는 없으니 조금 이따가 또 일어나냐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