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둘째 딸을 학원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사거리를 통과하려는데 갑자기 옆에서 흰색 그랜저 차량이 갑자기 민재의 앞으로 끼어 들었다.
“이런, 뭐지”
민재는 깜짝 놀라 경적을 울렸다. 흰색 그랜저는 못 본 것인지 알고도 그런 것인지 앞으로 나아갔다. 민재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은 십년 감수한 듯 한숨을 내쉬었는데 정작 원인을 제공한 흰색 그랜저는 너무 태연하게 가고 있는 것이 불공평 하다고 생각했다. 민재는 하이빔을 한 번 켜주고 골목으로 우회전 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응? 왜 이러지?’
민재는 갑자기 자신의 차 옆으로 나란히 속도를 맞추어 달리는 흰색 그랜저를 보고 의아했다.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려는 건가? 아니면 무언가 보복을 하려는 건가? 민재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참을 수 없게 큰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민재는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룸미러를 흘끗 보았는데 얼마전 절에 가서 보았던 벽화에 도깨비 그림 보다 더 빨갛게 변했다.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삐죽 뿔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캬하하 그래. 원하는 대로 해주지.”
민재는 핸들을 왼쪽으로 급하게 꺾었다. 민재의 차는 흰색 그랜저 옆을 강타하였고 흰색 그랜저는 중심을 잃고 가로로 돌더니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그 차는 열 바퀴도 넘게 돌다가 크게 솟구쳐 오르더니 공중에서 폭발했다.
“콰콰광”
“핫하하하”
민재는 통쾌하게 웃었다. 룸미러에 보인 민재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서운 악귀의 모습 그 자체였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갑자기 민재의 전화가 울렸다. 민재의 아내였다.
“어디야?”
“응 지금 지하 주차장이야. 금방 올라갈께”
“오케이 어묵탕 해놨어요. 얼른 오세요”
“넵,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에 어묵탕을 끓여준 아내가 민재는 너무 고마웠다. 잡깐이지만 이상한 생각을 한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웠다. 겨울에 잠시 미친 생각을 한 일장춘몽이 아닌 일단동몽이었는데 짧은 생각에 그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