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내음 May 09. 2023

영종대교는 언제나 힘들다

창밖을 보고 있는 민재에게 ‘영종대교’라고 써있는 안내판이 보였다. 엄청나게 외국을 많이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또 처음 외국을 가는 사람도 아니지만 오늘도 영종대교를 건너는 것은 민재에게 너무 힘들었다. 민재가 필요한 가족들이 미안하고 걱정되었다.


 


주말 아침에 큰 아이는 누가 학원에 데려다 줄 것인지 엄마와 공부 때문에 사춘기 때문에 다투는 둘째가 풀이 죽어 있을 때 TV에서 웃기는 예능은 누가 틀어줄 것인지 애들이 집에다 놓고간 책을 가져다 주어야 할 때 민재가 없으면 체력이 약한 아내는 얼마나 힘들어 할지.


 


버스는 영종대교를 이미 반이나 건넜지만 민재는 거꾸로 간다. 누군가 머리를 뒤로 잡고 당기는 것 같다. 출장이 끝나면 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출장이 끝날 때 까지 일주일 남짓 민재의 마음은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영종대교에 남아 있다.


 


< 영종대교 >


 


영종대교를 다시 건넌다


매주 건너는 것도 처음 건너는 것도 아니지만


아버지는 이 다리를 건너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오늘도 건넌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 다리를 건너지만


아버지의 다리는 가족들과 떨어지기 싫어 반대 방향인 집으로 계속 향한다


 


가족이 생기기 전에 그리고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일 때문에 영종대교를 건너보지 않았다면


삶의 슬픔과 애틋함을 다 알았노라고 말하지 말라.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는 여자에게 기대어 절뚝 거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