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못 연다 ?!
Flight Mystery
민재의 아프리카 출장은 마침내 시작됐다. 출발 전까지 예전처럼 취소되기를 바랬지만 결국 출국 당일이 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긴 비행시간 때문에 마일리지를 써서 비즈니스 클래스 업그레이드를 노렸지만 다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민재는 비상구 좌석이라도 얻고자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운좋게 원하던 비상구 자리를 얻었다. 비상구 자리는 앞에 화장실이 있었지만 앞의 공간이 넒어 다리를 원하는대로 뻗을 수 있었다.
이륙을 하고 좌석벨트 등이 꺼지자 사람들이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외국 항공기여서 그런지 한국 사람은 얼마 없었다. 10중의 8은 외국 사람인 것 같았다.
한 아프리칸 외국인이 화장실에 들어 가라고 문 앞에 섰다. 그런데 문을 밀지 않고 문에 붙어 있는 다른 장식을 만지고 옆면의 벽을 두드린다. 아마 문을 여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보통 비행기의 문은 밀거나 손잡이를 잡아 당기는 것 두 종류인데 이 사람에게는 그런 비행기의 문이 처음 인 것 같았다.
그 남자는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민재를 커다랗고 슬픈 사슴 눈으로 쳐다본다. 민재가 보았던 가장 강력했던 SOS 신호 였던 것 같다. 민재는 손가락으로 손 표시가 되어 있는 표시를 가리키며 미는 시늉을 했다. 남자는 민재의 손짓대로 따라하여 문을 연다. 그리고 목숨을 구한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 처럼 두 손을 합장을 하고 머리르 굽신굽신 한다.
그런데 이 남자 다음의 앳되어 보이는 여자도 다시 나이가 50은 넘어보이는 남자도 추운지 5월인데도 패딩을 입은 남자도 계속 화장실 앞에서 문을 열지 못해 아까의 남자처럼 문의 장식을 만졌다 옆의 벽을 쳤다가 낑낑 댄다. 그러다 어김없이 민재의 눈과 마주치고 민재는 같은 손가락으로 그 사람들을 구원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인가 보다’
민재는 생각했다. 아직도 비행기는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는 교통 수단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민재는 소름이 돋았다. 민재가 탄 비행기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였는데 만약 저 사람들이 비행기를 처음 타는 것이라면 저 사람들이 한국에 올 때는 어떻게 왔다는 말인가, 배를 타고 온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