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내음 May 24. 2023

민재의 만찬

푸드트럭

민재는 Y 전철역에 내렸다. 기본은 교차로지만 규모가 커서 지하 차도와 우회전 곁 차로 까지 합치면 매우 복잡한 곳이다. 이곳에서 바로 민재가 한국 최고라고 인정하는 분식 푸드트럭을 만날 수 있다.


 


외관도 무척 수려하다. 빨간색 외장이 언제나 크리스마스 같은 느낌을 준다. 연세가 6~70세가 되어 보이시는 부부가 운영을 하신다. 메뉴는 떡볶이, 어묵, 튀김, 순대 기본 메뉴에 닭꼬치와 핫도그를 하신다. 특히 닭꼬치는 손이 많이 가지만 항상 소금과 양념 두 가지를 유지하신다.


 


민재는 길을 건너 사거리 귀퉁이에 있는 빨간 트럭에 간다. 오늘도 평소와 같은 루틴으로 닭꼬치 양념을 주문하고 닭꼬치가 나오는 동안 어묵을 뽑아 한입 베어 문다.


 


‘이야…’


 


항상 감탄이 나오는 어묵이다. 어묵을 좋아하는 민재가 서울 시내 수 많은 곳을 다녀보았어도 이렇게 큼지막하고 실한 어묵을 1,000원에 맛볼 수 있는 곳은 이곳 뿐이었다. 거기다 주인 사장님께서 어묵을 받쳐 먹을 수 있는 그릇을 별도로 주셔셔 음식 하나를 제대로 먹는 기분이다. 거기다 사장님은 항상 첫 국물은 손수 떠주신다. 물론 두 번째 부터는 자기가 떠먹으면 된다. 왠지 떠달라고 하면 떠주실 것 같지만 첫번째 국물을 떠주시는 것도 황송해서 두번째 국물을 부탁해 본적은 없다.


 


그렇게 어묵을 반정도 먹고 있으면 민재가 시킨 닭꼬치가 나온다. 그런데 꼭 나오기전 사장님이 가위로 탄 부분을 손질해 준다. 손님도 많고 바빠서 그냥 넘어갈 듯 한데 꼭 손님에게 내기전 가위로 탄 부분을 일일히 손질해 주신다. 정말 감동적인 고객 케어이다.


 


이 푸드 트럭에 놀라운 점은 맛과 사장님의 정성외에 또 있다. 바로 사모님이다. 사모님은 옆에서 주로 떡볶이, 튀김, 핫도그를 담당하시는데 손이 바쁜 와중에도 음식을 먹고 있는 모든 손님을 챙긴다. 그리고 본인 챙기시기도 하고 사장님에게 세밀한 지시를 내리시기도 한다. 돈을 내려는 사람, 추가 주문을 하려는 사람, 앞에 손님이 많아 뒤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는 사람 모두를 리얼타임으로 챙기시는데 감탄이 나온다. 약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자가 허공에 손을 놀려 수많은 정보를 신속하고 완벽하게 처리하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민재는 닭꼬치 1개와 어묵을 2개를 먹는다. 가끔 금요일이면 어묵 하나를 더 먹기도 하지만 평일에 이정도면 적당하다 생각하여 어묵쪽으로 가는 손을 잡는다. 식사는 끝이 났지만 이 푸트드럭의 놀라운 서비스는 아직 끝나지 않는다.


 


바로 곽 티슈에서 티슈를 뽑아 우아하게 입을 닦는다. 보통 이런 곳에서는 화장실에서 쓰는 두루말이 휴지가 놓여 있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푸드트럭은 다르다. 곽티슈, 소위 화장지라고 불리는 것이 놓여있다. 아마도 사모님의 의지일 텐데 철저하게 지켜지는 규칙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음에 얼려 있는 백산수 병이 좌우에 각 3병씩 항상 비치되어 있다. 길거리 분식에서는 물이 귀해 음식을 먹고 나서 물이 없으려니 하고 물을 잘 마시지도 않지만 물을 달라고 하기에도 참 미안하다. 물을 떠오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프랑스 코스 요리 부럽지 않은 최고의 메뉴와 서비스를 즐기고 나서 계산을 한다. 트럭 벽면에 붙어 있는 계좌 번호로 이체를 하는데 계좌번호도 손글씨로 쓴 종이가 아니라 프린트로 깨끗하게 출력된 것이 코팅까지 되어 멋지게 걸려있다.


 


민재가 한번은 이곳을 가려는데 어찌된 일인지 트럭이 보이지 않아 서운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 가량 장사를 쉬셨던 적이 있었는데 민재는 몸이 아프거나 다른 안좋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사장님 내외가 사이좋게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느라 쉬셨던 것이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트럭을 등지고 집으로 향하며 문득 뒤를 돌아본다. 트럭에 앉아 많은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열심히 일을 하시는 두 분이 마치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는 락스타를 보는 것 같았다. 오래오래 장사를 하셨으면 좋겠네 생각을 하고 민재는 터덜터덜 집을 향해 걷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장실을 못 연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