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회사에서 점심 식사 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최근에 발견했다. 빌딩 숲 사이에 기존에 있던 많은 쉼터는 사람이 많았지만 새로 찾은 이곳은 이상하게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곳 주변으로 큰 통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지만 그곳까지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민재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이 적은 것도 있지만 바람 때문이다. 빌딩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항상 바람이 불었다. 최근에 회사에서 고려장 신세를 당해 마음 속에서도 항상 바람이 불어 한기를 느끼고 있던 민재였지만 여기에서 부는 바람은 달랐다. 포근하고 민재를 감싸는 바람이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민재는 잠시 서있었다. 몸을 휘감는 바람이 민재의 걱정도 같이 훑고 가져가는 것 같았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결국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니체가 말했다는데 지금 스트레스가 민재를 죽이지는 않겠지만 강하게 되지 않아도 좋으니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민재는 생각했다.
민재는 스스로를 버리고 바람에 먼지처럼 날아가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와 두아이들을 생각하면 스스로를 버릴 수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또 오늘 오후부터 꾸역꾸역 살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민재는 살 수 없으면 살아내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