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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Dec 21. 2016

늘어나는 대출, 진심 걱정된다

제2금융권 대출 사상 첫 700조 돌파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 즉 제2금융권에서 가계와 기업이 빌린 돈이 1993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700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특히나 올해만 76조 원 넘게 증가하며 연간 최대 증가액 기록도 경신하였다. 이 통계에는 상호금융(농협, 수협, 축협 등),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이 포함된 것이다. 제외된 대부업체까지 포함되었다면 그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다.


물론 대출 자체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대출된 돈을 가지고 어떻게든 굴려서 더 큰돈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면 빚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경제가 활황일 때는 그것이 쉽지만 반대일 경우에는 빚은 재앙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업이 식당 창업을 위해 2억 원을 빌렸다고 해보자. 식당 운영이 잘 되어 수입이 좋아진다면 당연히 자산 증식이 빨리 이뤄져 빚을 갚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 식당에 손님이 별로 없다면 전기료, 가스료,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내고 나면 오히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경기는 매우 안 좋다. 대한민국의 근간이었던 조선, 해운업의 불황이 시작된 지 오래된 상황에서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출이 살아야 되는 우리나라의 입장으로서 외교 정책이 매우 중요할 수 있는데 사드 배치로 한중간의 대립은 심해졌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이슈로 인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었음에도 굳건한 미국 공조를 이어가려는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일본 엔화 가치의 영향을 우려하여 재빨리 트럼프와의 만남을 추진한 일본 아베 총리와 대조적이다.


더욱이 향후 국내 대출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 부담 증가의 우려가 있다.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한 차례 올렸고 내년에는 3차례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 금리도 올라야 한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다면 외국인들의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급격하게 빠져나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우리나라 금리도 미국의 영향으로 향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2월에 동결되었지만 이미 시중 은행들은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반영하여 대출 금리를 조금씩 올린 상태다. 모든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제2금융권 대출이 사상 첫 700조를 돌파했다는 뉴스는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만약에 1997년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을 당시와 비슷한 충격이 국내 시장에 가해질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내년부터 대출 심사에 활용할 새로운 지표인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이 지난 9일부터 시중 은행에서 참고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 향후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규제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은 것은 아닐까. 영원할 것만 같던 저금리 기조 속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하지 못한 국내 경제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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