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변화만큼 전통시장은 변했는가?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추석 상차림 비용도 꽤 들으셨을 것 같네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서 6일 발표한 2017년 추석 차례상 소요비용을 보면 4인 가족 기준 평균 249,639원이 소요된다 합니다. 이 통계를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유통업체별로 비용의 차이가 심하다는 점인데 가장 비싸다는 백화점과 가장 저렴한 전통시장의 차이가 2배 가까이 됩니다.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백화점은 377,054원이고 전통시장은 193,129원에 불과합니다. 전통시장이 저렴하다는 뉴스는 매년 명절마다 나오는 이야기이기에 낯설지 않은데 그 차이가 굉장히 심하다는 것에 새삼 놀랍습니다.
전통시장 무지 가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이번 추석 명절, 어디서 장을 보셨는지요? 기대와는 달리 많은 분들이 전통시장을 찾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심하는 듯한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유추가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통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기존 2회에서 4회로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에 많이 간다 --> 그래서 대형마트를 죽이자'는 논리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2회 의무 휴업 자체도 시장 경제 체제에서 과도한 정부의 개입이란 생각이 강했는데 여전히 전통시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4회로 늘리겠다는 발상은 어리석어 보입니다.
문제는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 강화
만약 매주 일요일 대형마트가 쉰다면 사람들은 토요일에 대형마트를 이용할 뿐 전통시장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 것입니다. 대형마트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곳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의 일환인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전통시장이란 좁은 골목과 울퉁불퉁한 바닥에서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기엔 여전히 불편합니다. 또한, 젊은 남자들이 전통시장에 가면 오히려 바가지를 씌운다는 경험담도 종종 눈에 띕니다. 결국 문제는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 강화입니다. 대형마트가 버젓이 있음에도 전통시장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에 정책적인 수혜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이 전통시장이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아 소비자들이 꺼리게 된다면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의 대안이 전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대는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대형마트 조차도 온라인 쇼핑 시장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시장도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는 등에 자구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롯데마트 서초점은 일반 마트와 달리 축산이나 수산매장에서 고기, 수산물을 사고 1500원의 조리 비용을 내면 요리를 만들어 제공한다고 합니다. 지난달 오픈한 김포 한강점은 '스매싱 나인'이라는 신발 멀티숍을 열어 병행 수입으로 다른 유통 채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얼마나 달라져 있나요?
단지 '대형마트 죽이기'로는 되레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뿐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열쇠가 되지는 못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