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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Aug 11. 2015

특별한 여행

지금 떠나고 싶은 곳은 어디입니까?

  2010년 11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생애 첫 유럽 여행을 떠났다. 은 항상 내 마음 속 동경의 도시였다. 고등학교 독일어 선생님이 들려주던 유럽 생활 경험담이 결정적이었다. 그때 다짐했었다. 미국은 안 가더라도 유럽은 꼭 가봐야겠다고.


  부푼 기대를 가득 안고 처음 유럽 땅을 밟을 때 너무도 감격 스러웠다. 유럽의 거리를 걷고 있음에도 도무 믿기질 않았다. 언어는 장벽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건물, 거리, 사람들과 분위기가 마음 들었다. 어쩌면 한국에 20여 년을 넘게 살았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처럼 순간 유럽이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시나브로 여행하면 해외여행을 먼저 떠올리게 됐다.


국내여행은 시시하고 사람만 북적거리고 특별할게 없잖아.


  같은 커피를 마셔도 영어로 주문해야, 사람에 치이더라도 한국 국적이 아니어야 진짜 여행이란 허세기가 몸에 배었나 보다. 현실로 돌아오면 끔찍한데.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만 한번 떠날 수 있는 곳인데 말이다. 나는 너무 특별한 여행 만을 찾은 건 아닐까?


  여행은 특별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생각을 뒤집어보면 일상을 탈출할 수만 있다면 어떤 여행이든지 의미가 있다. 꼭 특별해야 할 필요는 없다. 몇 달 전부터 비행기와 숙박을 예약해 떠나는 것도 좋지만 어찌 사람이 늘 계획적으로만 살 수가 있는가. 대중교통 만으로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도 좋은 여행지가 있을지 모른다. 갑자기 어디론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곳이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물론 다시 국내 여행이 익숙 해질 때까지는 당분간 약간의 허세기는 좀  남겨둬야겠다. 아무도 나를 알아볼 수 없도록 까만 선글라스를 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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