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추억에 감사하며...
7월의 첫 주말, 2박 3일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놀랍게도 나는 40 평생 부산을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에 부산을 가본 적 없다고 하니 '뛰어서나 물구나무서서나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처음이 맞느냐'라고 되묻는 걸 보니 진짜 흔치 않은 일이 맞는 것 같다^^ 서울, 인천과 함께 대도시이고 놀거리가 풍부한 곳이기에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해외여행은 먼 유럽도 여러 번 다녀왔음에도 가까운 부산을 외면했었다. 물론 해수욕장과 맛집이 많다는 이유로 가보고 싶은 마음은 늘 간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서울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이기에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었다.
막상 여행 일정을 짜기 시작하니 부산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KTX로 3시간도 안되어 도착했고 부산 내 대중교통이 꽤나 잘되어 있었기에 뚜벅이 여행도 그리 어렵진 않았다. 더운 날씨 탓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는 것만 아니면 말이다. 부산 내 많은 해수욕장 중 어디가 좋을지 많은 고민 끝에 광안리로 정하고 오션뷰가 있는 숙소로 가격 비교를 시작했다. 최종 선택한 숙소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밤에는 멋진 야경, 아침에는 드넓은 해변을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첫날에는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드론쇼를 '방구석 1열'에서 관람할 수 있는 특혜도 누렸다. 상대적으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오션뷰를 즐길 수 있어서 대만족이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간 식당은 부산역 앞에 있는 '신발원'이었다. 상호만으로는 도저히 무엇을 팔지 알 수 없는 이곳은 만두 맛집이었다. 웨이팅 필수인 곳 중 하나였지만 오후 3시가 넘은 애매한 시간 탓인지 거의 바로 입장했다. 그리고 이동한 감천문화마을은 알록달록한 동화 같은 마을이었다. 어린 왕자 동상으로 유명해서인지 곳곳에 어린 왕자 느낌의 벽화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BTS 벽화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이 아미동인데 BTS 팬클럽 이름이 '아미(A.R.M.Y)'라는 이유로 꾸며놓은 것 같았다. 꽤 적절한 콘셉트인 듯싶다. 이곳에는 마을 초입에 짐 보관 라커(감내 행복나눔센터 內)도 있어서 숙소 체크인 전이나 체크아웃 후에 들려도 괜찮은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동한 곳은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이다. 두 곳은 인접해 있어서 쭉 이어서 보기 적합했다. 서울의 남대문 시장과 유사하게 잡화와 먹거리들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행복한 고민 끝에 빈대떡 집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숙소로 이동했다.
TV 뉴스에서 여름철마다 등장한 '광안리'라는 곳을 내가 직접 와보다니!
적당히 붐비는 사람들과 길게 펼쳐진 해안선, 그리고 반짝이는 광안대교와 마주쳤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북적거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또한 관광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실내 야시장 컨셉으로 꾸며 놓은 '밀락 더 마켓'이란 곳에는 DJ 부스와 함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는 MBTI 'I'인 나도 몸을 절로 흔들고픈 분위기였다. 부산에서의 첫날밤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해변가를 산책했다.
둘째 날은 물놀이로 시작했다. 오랜 시간 머문 것은 아니고 깊게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무더운 날 차가운 물속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했다. 나중에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수경과 함께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여행 일정이 아쉬울 뿐이다. 그다음으로는 해운대 쪽으로 이동해서 유명하다는 '젤라떡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약 10분간 웨이팅도 했다. 가면서 해운대 해수욕장도 구경할 수 있었다. 광안리보다 훨씬 더 사람이 많은 듯했고 아이와 함께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내겐 조금 더 여유 있는 광안리가 마음에 들었다.
점심으로는 갈치조림과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생선 조림과 구이는 쉽게 먹지 못하지만 가끔씩 먹으면 만족스럽다. 배불리 먹고 청사포 쪽으로 향했다. 실수로 예약하지 못한 바다해변 열차를 바라만 보다가 '다릿돌 전망대'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바닥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곳이었는데...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알았음에도 심장이 꽤나 쫄깃했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이런 것을 무서워하는 것을 보니 혹시 '동심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쓸데없는 생각마저 들곤 했다. 기찻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가 해변 뷰 카페에 갔다. 프리미엄 티 하우스였는데 탄산이 들어간 티 음료를 시켰는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다만, 날씨가 더웠던 탓에 차마 깊게 음미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털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먹기만 한 탓이었을까. 배가 살살 아파서 화장실에 두어 번 들렸음에도 위기 상황이 몇 번 찾아왔지만 무사히 숙소 근처로 복귀해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으로 선택한 것은 돼지곰탕이었다. 급하게 찾은 것이라 이것이 부산 전통의 맛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순종 흑돼지를 숙성하여 사용하여 그런지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었다.
마지막 날은 꼭 가고 싶은 2곳을 방문하였다. 첫 번째는 광안리역 근처 로스터리 카페였다. 올 초에 인터넷으로 드립백 커피를 주문했었는데 무료 음료 쿠폰 1장이 같이 왔었다. 이것을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잘 간직하길 잘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이재모 피자'라는 곳이다. 처음에 부산에 피자가 유명하다고 해서 어리둥절했었다. 평일 낮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40팀 이상의 웨이팅이 있었다. 화덕 피자라 그런지 느끼하지 않았고 재료들을 아끼지 않은 듯하게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여기는 다음 부산 여행 때도 충분히 재방문 각이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문득 '2박 3일간의 소중한 추억'들이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주 오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힐링이 되는 곳이었고 많은 것들이 즐거웠다. 부산의 매력에 절반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또 다시 소중한 사람과 나머지 매력들을 느끼러 오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외에 자주 방문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마치 별장 같은 곳 말이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충전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다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