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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Sep 21. 2015

프롤로그 – 당신의 삶에 글쓰기를 더하면...

한준 씨, 꿈이 뭐야?

  직장 2년 차, 회식이 끝나고 버스 정류장까지 향하는 차 안에서 한 선배가 내게 물었다. 평소에 장난기 넘치던 그 선배는 그날도 무심코 툭 내뱉은 말인  듯했다. 그러나 나는 진지했다. 그래서 그 물음의 답을 찾고자 생각에 잠기는데 그 선배는 다시 내게 말했다. “꿈 없나 보네. 으이그~ 한준씨 꿈도 없네” 이 말 한마디에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박장대소하는 동료도 있었다. 선배는 평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한 듯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그 질문은 나의 뇌리 속에서 쉽게 가시질 않았다. 결구 집으로 홀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되뇌게 되뇌었다.

진짜 내 꿈은 뭘까?


  도무지 적합한 답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술 기운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가 아니었다. 꿈이라는 거창한 것 이전에 진짜 나는 뚜렷한 목표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대학생 때는 좋은 직장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였다. 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였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던 나는 중학생 때는 좋은 고등학교에  배정받는 것이 목표였다. 학창 시절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정기적으로 있고 각종 실기 평가나 과제 등이 주어졌기에 단기적인 목표들이 눈 앞에 즐비해 있었다. 그것만을 향해 달리다 보니 쉴 틈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직장이란 공간은 최종 목표였던 셈이다. 처음에는 직장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데 (괜찮다 싶으면 자꾸만 장애물이 나타나기에 쉽지는 않지만) 익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누군가 강요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번 주까지 보고서 2편 작성하기!’ 따위의 것도 내겐 없었다.


  회사 생활 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지만 당시 나는 내가 꿈꿨던 회사 생활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또한, 갑자기 어떤 목표를 세우는 일은 부담스러웠다. 취미 생활부터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 있지?’란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누군가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멋진 남자의 유혹송을 부르는 모습은 나의 로망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런 나의 기대는 곧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냉정하게 말해서 나는 노래에 재능이 없었다.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복식호흡이란 것도 학원만 다니면 금세 익힐 줄 알았는데 허황된 바람이었다. 그렇게 좌절을 맛보고 나는 다른 취미를 찾아야만 했다.


  문득 군대에서 읽은 책 한 권이 떠올랐다. 박지성의 ‘멈추지 않는 도전’. ‘그 책은 자기 PR 시대’에 뭔가 튀어야 살아 다며 세상이 나를 압박해 올 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마라톤을 완주하지 않아도 국토 대장정을 해본 적이 없어도, 심지어 남들 다 간다는 해외 연수를 꼭 가지 않더라도 가 가진 무기를 잘 가다듬으면 나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책 한 권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에 감격했다. 그때 다짐했다.


나도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

  그때부터 나의 글쓰기 인생이 시작됐다. 글쓰기의 재미는 이전의 알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문법이나 문장 구조 따위는 전혀 배우지 않았다. 은유인지 직유인지를 구별할 필요도 없었으며 능동태를 수동태로 바꿔보는 연습도 하지 않았다. 오직 글쓰기 자체만을 배웠다.


  블로그(blog) 하나 개설하여 내가 적은 글을  하나둘씩 올리기 시작했다. 누군 나의 글을 읽고 반응을 해 준다는 것이 신기했다. 블로그는 내가 글쓰기를 꾸준히 하게끔 만들어 주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권유하면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이긴 하다. 글쓰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가난한 삶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다”라고 했다. 실로 처음에는 첫 줄 쓰기도 버겁다. 그러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퇴고까지 마치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글을 쓰는 동안 쌓였던 번잡함이 한 번에 해소된다. 또한, 글을 쓰는 동안은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할 수가 있다. 현실 속의 난제 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최고의 힐링 방법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글쓰기는 누구나 가능하다. 나는 철저하게 국어, 사회 교과 과목과 철저하게 담을 쌓았던 공대생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쓰면서 재미를 찾아갔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완성하는데 이르렀다. <행복한 글쓰기>의 저자 ‘게일 카슨 레빈(Gail Carson Levine)’이 “글쓰기는 엉덩이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듯 일단 시작하고 진득하게 하는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


  나는 책에서 무언가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나의 이야기를 그냥 온전히 보여주는데 집중할 것이다. 나의 성격, 살아온 이야기,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상상을 해보길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펼친 여러분의 다양한 각자의 삶 속에 글쓰기가 더해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보았으면 좋겠다.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그것이 좋은 변화일지, 나쁜 변화일지는 여러분 몫에 달렸다. 그럼 이제, 다음 장을 펴서 그 변화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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