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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Jul 10. 2015

[31번째 물음] 엄마

망설이지 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곤란한 질문을 나 역시 당해본 적이 있다. 나의 대답에 따라 달라질 두 사람의 상반된 표정을 걱정하며 한참이나 망설이는 척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여기 저기서 각자 자신 만의 근거를 대며 나의 마음을 떠보기 시작한다. 마음 속에는 일일이 해명하고 싶은 욕구가 끓는점에 가깝게 다가가지만 역시나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했다.

 "둘다요. 똑같이 요."

 상황은 그때야 종료된다. 그 답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내가 중립이 아닌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것에 대한 어느 한쪽의 불안함이 만든 결과다.

 나의 속마음은 '엄마'였다. 아빠의 실망감이 예상되지만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으며 매끼 밥을 챙겨주고 입을 옷을 준비해주고 학교 준비물을 확인해 준 사람은 모두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다. 나에겐 덧셈, 뺄셈보다 쉬운 문제였으며 동쪽에서 해가 뜬다는 사실보다 당연한 이치였다.

 더구나 분명한 계기도 있었다. 10살쯤 됐을 때였나. 집 근처 하천에 가서 미치도록 폭죽을 터트리고 싶었다. 여름방학 때 집에 있으면 불꽃놀이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에 꽂혔던 탓이다. 그런데 호의적이었던 엄마와 달리 아빠는 완강히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셨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으로 투정을 부렸다. 방바닥에 뒹굴고 소파를 주먹으로 내리치기까지 하며 울분을 토해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에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구나'라는 교훈을 얻은 기회이긴 했지만 아빠에 대한 미움이 싹 틴 원인도 되었다.

 지금도 나는 엄마가 더 좋다. 서른 넘는 아들에게도 여전한 잔소리 때문인지 마마보이 수준이 아니란 건 다행이다. 그래도 문득 상상해보면 끔찍하다. 이 세상에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그 존재는 더 커 보인다. 오늘 만이라도 엄마의 주름살이 늘리는 일은  삼가야겠다.


  여러분은 엄마가 좋으신가요? 아빠가 좋으신가요? 여러분의 선택과 그 이유를 댓글로 알려 주세요. 매거진 '당신에게 묻습니다'는 독자와 함께 소통을 추구합니다.


  ※ '당신에게 묻습니다' 1번째 ~ 30번째 물음은 블로그 '소리없는 영웅의 깜냥'(http://hush-now.tistory.com)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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