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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Feb 11. 2016

라식 하루 전날 밤

기대와 불안의 공존

  내일은 라식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내일 이맘때면 20여년 간 썼던 안경을 벗게 될 것이다. 늘 내 얼굴과 함께 했던 안경과의 이별은 아쉬움보다 홀가분함이 더 크다.


  한달 전쯤, 수술 날짜를 잡은 후 부터 안경이 없는 삶을 상상해 봤다. 제일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안경을 벗은 모습이 추하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했다. 착각이 얼마나 뒤섞여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연예인 유재석보다는 볼만한 것 같았다.


  안경 써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것이 많다. 자주 더러워지는 안경알을 수시로 닦아줘야 하고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겨울철 야외에서 실내로 들어올 때 발생하는 김서림, 군대에서 안경쓴 채로 방독면을 쓰고 영화관에서 3d 안경을 덧 붙여야 할 때는 특히 거추장스럽다. 선글라스 하나 끼려면 쓰던 안경을 벗어 케이스에 고스란히 넣어 둬야 한다. 실수로 안경을 발로 밟으면 좌우가 틀어져 안경점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눈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 평소에는 어쩔 수 없이 참아왔던 것들이 라식을 결심하고 참기 힘든 것으로 변해 있었다. 안경 없이 바라볼 세상은 무척이나 달라져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라식을 결심하는 것은 내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하루 전인 지금도 망설임이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여러가지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몇해 전에는 라식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mbc 'pd수첩'의 현직 안과 의사들의 증언도 있었다. 그래서 안과를 고를 때도 검사에 신중하고 내 눈을 생각해 주는 듯한 기분을 느끼길 원했다.


  어느 정도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 수술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두렵다. 엄마는 며칠 전까지 나에게 수술을 다시 생각할 것을 권유했고 아직도 못 마땅히 여기고 계신다. 아들을 그냥 믿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찌됐든 수술은 결정됐고 내일 병원으로 향할 것이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수술은 세상에 없을 것이고 그 정도가 최소화되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수술 후 달라질 긍정적인 요소만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 가짐을 다시 잡아본다. 이 또한 지나면 하찮은 고민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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