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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Aug 21. 2016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안할꺼죠?

"마음대로 에어컨 좀 틀고 싶어요"

열대야가 거의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나아질 거라는 기상청 예보는 이번에도 틀렸다. 동질감이 느껴지긴 한다. 나도 학창 시절에 잘 몰라서 찍었던 시험 문제의 결과가 그리 좋지 못 했다.


오늘도 국민 안전처에서 폭염 경보 문자가 날라왔다.


낮 최고 기온 35도, 13~17시 노약자 야외활동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기 바랍니다.


굳이 야외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집에만 있어도 더운 날씨이다. 열대야로 잠도 제대로 못 이뤘는데 낮 시간 조차 고통이다. 도무지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 힘든 요즘이다. 지난 12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최고 기온은 40.3도로 74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단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기요금 걱정 때문이다. 우리 집만 해도 에어컨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걱정에 이사오면서 아예 설치를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 중이다. 많이 쓰는 사람에게 더 많이 요금을 가중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누진율이다. 전기요금 사용량에 따라 6단계의 누진 구간을 적용하고 있는데 현 제도는 최대 11.7배를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슈퍼에 가서 물건 1개를 사면 개당 가격이 천 원인데 10개를 사면 개당 가격을 만 천 원을 받아 총 11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1개씩 10번을 샀을 때 내야하는 비용 1만원보다 약 11배이다.


우리나라는 수도요금에도 누진제를 적용 중인데 누진율이 2.3배에 불과하다. 외국의 경우도 누진제를 적용하는 나라가 있는데 누진율이 2배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은 맞는 것 같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되고 있다. 산업용의 경우는 업체마다 사용량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사업장 규모마다 다르게 적용하면 될 일 아닌가. 그건 그렇다 쳐도 가끔 거짓 해명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전력량 부족이 걱정된다며 누진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논리로서 한참 부족하다. 우리나라 전력 사용량이 가장 높을 때는 평균적으로 낮 2~3시인데 가정용 전력 사용이 최대인 시간은 저녁 8~9시다. 또한 가정용 전기는 전체 사용량에 13%에 불과하고 매년 비슷한 수준인데 비해 산업용 전기는 매년 증가세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 속도 때문이라면 이해가지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절약하자는 취지로 1973년에 만들어진 전기요금 누진제는 현 시대상황에 맞게 분명 뜯어 고쳐야 한다. 누진율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누진세 구간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기 아끼자고 무조건 버티라는 것은 쪄 죽으라는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전기가 정말 부족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발전소를 더 지으면 된다.


여론이 들끊으니 정부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다. 일단 올해 7~9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각 가정은 약 20%가량 요금 할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길 수만은 없는 것이 그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다. 여름철 가정의 전기사용량이 평소보다 2배인 경우에 실제 전기요금은 6배 가량 뛸 수 있다. 4만원 정도 나왔다고 하면 24만원 정도로 오른 것인데 24만원에서 20% 할인해 봤자 19만 2천원인데 "감사합니다."라고 기뻐할 사람이 있겠는가. 현행 전기요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겠다며 지난 18일 TF도 구성했다. 하지만 논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매 정부마다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더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 제도를 통해 남는 이익이 가장 많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한전의 올 상반기 영업 이익은 6조3098억원으로 삼성전자 다음으로 2위라고 한다. 공기업의 취지에 맞지 않지만 이렇게 남는 비용이 많은데 전기 요금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원가에 연동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높은 이유도 유가 하락으로 인해 원가가 낮아진 덕분이다. 슈퍼에 파는 물건도 원가 내렸다고 바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반면 원가가 오르면 부지런하게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럴 경우 다른 제품의 물건을 사면 그만이지만 전기는 현재 한국전력의 독점 체제다.


이제 8월이 지나 날씨가 서늘해지면 전기요금 개편 움직임도 흐지부지될 것이 뻔하다. 애초에 개편 의지가 있었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정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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