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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Jan 12. 2019

울게 하는 사람

故신영복 선생 이야기(1) /목수J 작가K(6회)

J는 고 신영복 선생을 자주 떠올린다.

선생은 J의 대학 은사이다.

가장 최근에 그가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울었던 것도 바로

선생을 추억할 때였다.


J가 가진 선생에 대한 유일한 추억은

수업시간에 선생이 했다던 질문의 형태로 남아있다.

“자본주의적 가치를 제외한 다른 것으로 너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나?”

수백번도 넘게 들었을 그 말.

그는 아직도 이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며

아직도 찾고 있다며

서러워했다.


우리는 돈버는 일에,

성공과 실패에 대한 걱정으로,

자식을 키우는 일에,

허우적대며 우는 사람들에게 징징대지 말라고 빈정댈지언정


J가 가진 질문 앞에

(그것은 곧 '네 삶의 이유는 뭐냐'는 물음과 같다.)

징징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J는 선생과 특별히 친분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러니 그럴듯한 추억담도 없다.

그가 선생을 떠올리면서 울음이 나게 하는 장면이나

서사같은 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가 선생을 떠올리면서 울음이 나게 하는 그 무엇을

상상해본다.


세상에 와서, 우리와 잠시 동시대를 살다간 사람의 뒷모습에서

그의 앞모습이 보이고

그가 세상에서 무엇에 눈물짓다 갔을지를

안다면,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떠나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 때문에 서러워


울게 된다.

J도 그랬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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