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거리- 이수동그림
난 더 이상 자라지 못 했다.
내 키는 언제나 아버지 허리띠 부근에 머물러 있었다.
허리춤에 매달려
올려다 본 아버지는
세모지게 거대했고 그 끝에 거친 수염이 있었다.
아버지 얼굴은 아주 높이 있었으며
머리칼마저 단단히 서 있었다.
다부진 턱 선은 날 내려다보았으나
난 아버지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핏줄이 퍼렇게 올라온 팔뚝으로
내 머리를 안아주기도 했으나
아버지 표정은 더 더욱 알 수가 없었다.
딱 거기서
아버지와 나는 멈춰 버렸다.
키가 잘도 자라
어른이 되어 가면서도
그 곳에서만은
여전히 자라지 못 한 채 멈춰 버렸다.
그래서
아버지 얼굴도,
표정도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