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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18. 2016

아홉 살 인생

밤 - 잠 못 이루고

앞 산의 성긴 별 쳐다보며

오늘 밤은 오줌 지리지 말기를 바라던

내 나이 아홉 살, 외할머니 댁


앞 산 그림자 거인처럼 다가오고

앞 논 맹꽁이 소리 아득히 지쳐

어둠 속 풀벌레 소리 도드라질 때면


엄마 있는 서울 하늘 바라보며

닭장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오줌싸개 이불 널러 가는

아직은 새댁인 외숙모 눈치 알아채며

어서 빨리 나를 데려가라

무심한 별들에게 간청했다.


이 밤 닭들은 괜히 푸드덕거리고

낮에는 서울 아이 행세하느라 괜히 으스댔었다.


촌아이 다 되어갈 쯤

굴뚝 저녁연기에 가슴 아려도 보고

구수한 볏짚 타는 냄새에 저녁놀이 스산하기도 할 때쯤

떠나게 된 외갓집 닭장 담벼락


가끔 그즈음의 저녁이 오면

마음은 가을 잎처럼 뚝뚝 떨어지고

휑하니 부는 바람 잡지 못

몹시 펄럭이지만


그래도 내 가슴에

쓸쓸함과 고즈넉함 알게 해 준

시골 냄새 가득한

내 나이 아홉 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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