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산의 성긴 별 쳐다보며
오늘 밤은 오줌 지리지 말기를 바라던
내 나이 아홉 살, 외할머니 댁
앞 산 그림자 거인처럼 다가오고
앞 논 맹꽁이 소리 아득히 지쳐
어둠 속 풀벌레 소리 도드라질 때면
엄마 있는 서울 하늘 바라보며
닭장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오줌싸개 이불 널러 가는
아직은 새댁인 외숙모 눈치 알아채며
어서 빨리 나를 데려가라
무심한 별들에게 간청했다.
이 밤 닭들은 괜히 푸드덕거리고
낮에는 서울 아이 행세하느라 난 괜히 으스댔었다.
촌아이 다 되어갈 쯤
굴뚝 저녁연기에 가슴 아려도 보고
구수한 볏짚 타는 냄새에 저녁놀이 스산하기도 할 때쯤
떠나게 된 외갓집 닭장 담벼락
가끔 그즈음의 저녁이 오면
마음은 가을 잎처럼 뚝뚝 떨어지고
휑하니 부는 바람 잡지 못해
몹시 펄럭이지만
그래도 내 가슴에
쓸쓸함과 고즈넉함 알게 해 준
시골 냄새 가득한
내 나이 아홉 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