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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02. 2016

달빛으로 온 편지

달빛으로  응답하다.

달에서 다 보고 있지.

저 아래 숲속 아파트에 혼자 두고 온 내 모습을

 

사랑하는 동생,

예쁜 우리 딸

귀하디 귀한 내 딸의 모습 다 보이지

 

그래도

다행이야.

얼굴 모습이 보기 좋아.

다만 우리 때문에 눈물 흘릴 때면

우리도 같이 은하수 같은 길이

가슴 속에 흐르지.

 

오늘같이 유난히 달 밝은 날이면

더욱 더 푸르지 않은 빛으로

동생을  비추지.

고개 들어 잎 사이로 푸른 눈빛

보내오면 지그시 따스한 빛을

보내 감싸주지.

 

그래도 괜찮다.

우리 딸

이제는 괜찮다.

우리 동생

미안해하지 말아라.

아파하지 하지 말아라.

 

언제든지

언제라도

따뜻한 달빛 보내줄 터이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말아라.

 

네 무거운 어깨 들썩일 때마다

달빛으로 감싸주고 있으니

 

아파트 숲 속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달빛 온 몸으로 받으렴.

 

달에서

오빠가

엄마가

아버지까지 보내는 달빛

온 몸으로 받아

그 서늘한 눈빛 거두렴.

 

다시 동생 모습이 보인다.

우리를 따라 오며 그리움을 보낸다.

 

괜찮다,

괜찮다.

사랑하는 내 동생

귀한 우리 막내딸

이제는 그만…….

집에 들어가렴.

     

     

     

 2014 한 해 끝자락에 돌아가신 우리 엄마, 그래서 나는 2015년을 생애 처음으로 엄마 없는 하늘 아래에서 모든 것을 맞이해야 하는 안타까운 해로 시작해야만 했다.

 엄마 없는 새해 첫날부터, 추석 명절까지, 식구들의 생일과 아이들의 소소한 기념식들을 늘 마음 한 켠이 아린 채로 마무리 해야 했다.

 맛난 음식을 먹을 때는 물론이고,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이 나오거나 특히 일요일 12시에 시작하는 ‘전국노래자랑’은 엄마의 애시청 프로그램이었는데 한 낮에 울리는 그 전주에 그만 오열하고 말았다.

 거동을 못 하여 하루 종일 침대에 묶여 있어야 하는 엄마의 말년은 TV 시청이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이었고, 재미였고, 친구였고, 살아있음이었고, 밝음이었다.

 다행히 돌아가실 때까지 총기를 잃지 않았던 엄마는 드라마를 보고 손녀들과 대화했고, 요리 프로를 보고는 나와 시간을 함께 했고, 뉴스의 온갖 사건 사고들의 이야기로 아이들의 밥상머리 교육을 해 주셨다.

 24시간 켜있는 TV의 불빛! 특히 어둠 속 TV 불빛 속의 검은 엄마의 덩어리그림자는 늘 짠하고 언제나 목울대가 아팠다.

 엄마 가시고 몇 달 후, 받아본 아파트관리비 고지서는 날 또 통곡하게 하였다. 한 사람의 부재가 고스란히 전기사용료에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아~ 한 사람의 존재의 무게가 이렇게 숫자로 줄어 나를 몹시 울리는구나. 우리 엄마는, 나의 사랑은 이만큼 사라졌구나.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 어느덧 가을, 추석이 되었다. 또 한 번 엄마 없이 맞이하는 명절이다. 변함없이 음식을 만들고, 변함없이 사람들을 맞이하고…….그러나 슈퍼문이 떴다하나 내 마음은 허전하다. 텅 비었다.

 늘 사랑을 주시는 시댁 어른들과 다정한 식구들이 있지만 웃음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밤바람은 싸아했고 달빛은 너무 밝았다. 눈물로 여울진 달빛 속에는 나의 식구들이 모두 있는 듯 했다. 엄마, 오빠, 아버지까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깨알만한 나의 모습을, 따뜻한 빛으로 감싸 안아 토닥이고, 쓰다듬고, 어루만져 주었다. 예전 그 때 가장 환한 모습으로…….

 나도 달빛을 받아 내 사랑들에게 달빛으로 응답을 했다.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그러나 이제는 웃으려고 한다고 …….

 걱정하지 말고 평안하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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