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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06. 2016

만월당  가는 길

위로하러 갔는데, 여전히 위로 받고 왔다. 오늘도...


달빛 가득

만월당 가는 길은

언제나 뜨겁다.


목울대 달아올라

끝없이 퍼져버릴까

서둘러 삼키어도

애써 달래보아도

이미 엄마하고

눈물이 모여든다.


'쨌쨌한게 좋아' 하시던 말씀따라

'쨌쨌한 꽃'을 골라 향기를 빨아들인다.


생전에 이런 '쨌쨋한 빛깔'이

좋다며 선물 포장지 뜯어

들어보이던 스웨터 색깔에 맞춰

오늘도 난 엄마가 함박 웃어보일

'쨌쨌한 꽃'을 산다.


만월당 대문에 걸어 놓으면

엄마 마음도 '쨌쨌해질것이다'


엄마는 만월당 유리 대문 앞에

버얼써 나와  나를 맞으며,

생전에 그랬듯이

'괜찮아!아무 일도 아냐'

한 마디로  내 눈물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만들어 주신다.


엄마는 여전히 내 세상 전부이다.

엄마가 괜찮다는데 내 맘이

아플 일이 뭐가 있으며

실망할 일이 무에 있으랴.


눈물로 여울진 엄마 얼굴이

울음으로 아리하던 엄마 목소리가

그제야 또렷해진다.


예전 내 세상 전부였던

젊은 날 고운 얼굴로

엄마가 나를 보고 있다.


울음 뚝 뒤로 엄마는

나를 예전 집으로 불러


콩밥을 차려주시고,

가지 나물을 볶아 주시고,

지진 김치 쩍쩍 찢어 밥에

올려주시곤


꽃을 심으러 나가신다.

'쨌쨌한 꽃'을 정말 잘 골랐다시며...


나는 배부른 아이가 되어

엄마 집에서 꽃 냄새 실컷 마시며

뒹굴거리다 눈을 감는다.


뜨겁던 목울대도 가라앉고

울음소리 이미 잦아들고

휑하던 빈속도 이젠 차갑지 않다.


난 다시 엄마 뒷배 든든한 이의 걸음으로 

만월당을 나선다.

그래도


달빛 가득

만월당 가는 길은

아직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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