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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Dec 09. 2016

같은 계절이 두 번이나 흘러

엄마 가신 지 벌써 2년

 같은 계절이 두 번이나 흘러, 다시 또 그 계절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모질고 추운 계절이나, 그래도 참 많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그 곳에 계시고, 우리 다섯은 여기서 여러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무심한 듯 흐르는 시간은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저를 나이 들게 합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저는 이제 오십이 되었습니다.

 후회로 가슴을 치며, 때 없이 엄마 보고 싶다 울던, 이제는 나이 들어 버린 막내딸은 차츰 속울음으로 엄마 잃은 슬픔을 달래고 있습니다.

 

 엄마의 금쪽같은 귀한 손녀들도 많이 자랐습니다.

 첫째는 벌써 대학교 졸업반이 되어, 엄마(할머니)가 그렇게 바랐던 것처럼 내년에는 교생실습을 하러 갑니다. 졸업해서 제가 그랬듯 국어교사로 발령이 나면 엄마는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제가 교사가 된 것을 이 세상 누구보다도 기뻐하시고 자랑스러워했던 엄마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지금도 엄마(할머니)를 찾아가 털썩 주저앉아 통곡을 하는 속마음 여린 첫째는 꿋꿋하게 엄마의 슬픔을 위로해 주느라 의젓한 모습으로 저를 안아주고 있습니다.

 

 둘째는 이제 대학생이 됩니다. 할머니를 누구보다 살뜰히 챙겼던 둘째였는데, 엄마의 하늘에서의 응원 덕분으로 무사히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 방에 들어가 늘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라마도 같이 보고, 저의 퇴근이 늦기라도 하면 할머니 식사까지 챙기던 기특한 둘째는 어느새 할머니 계신 곳에 혼자 찾아가 꽃 한 송이 놓고 오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내년에 지방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 둘째가 건강하고 밝게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계속 하늘에서의 보살핌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중학교 교복 입은 모습을 할머니께 보여 드리지 못해 무척 아쉬워하던 초등학생 막내는 곧 중학교 3학년이 됩니다. 가장 일찍 집에 와서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알콩달콩 할머니와 대화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막내는 할머니 가시고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추운 겨울 내내 틱 현상으로 할머니 부재의 아픔을 드러내고, 자주 꿈을 꾸며 울더니, 요즘은 그래도 훨씬 편안해진 표정으로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간은 우리 가족의 마음 곳곳을 어루만지며, 슬픔을 이겨 내느라 바빴었나 봅니다.

 가장 많이 손잡아 주고, 퇴근할 때면 항상 엄마 방부터 들러 인사와 대화를 나누던 착한 사위, 남편은 여전히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엄마(할머니) 잃은 네 여자의 마음을 지켜주고, 보듬어 주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20여년을 장모님 가까이에서 아들처럼 함께 했던 추억들을 종종 꺼내어 같이 눈물짓기도 합니다. 엄마 가시며 남긴 마지막 말씀처럼 고맙고 착한 모습으로 우리 가정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남편은 몇 주 후면 새로운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합니다. 인천과 부여 사이에서 당분간은 주말 부부 생활을 해야 하는데, 제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곳에서도 건강하게 밝은 마음으로 업무에 능력 발휘할 수 있도록 또 엄마의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엄마 가시고 2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무심한 듯 제 각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열일, 열공하면서 생활해 왔지만, 참으로 기특하게 잘 버텨왔습니다. 모두 무사히 이 겨울을 잘 이겨내고 있음을 감사하게 여깁니다. 엄마는 비록 떠나셨지만, 엄마가 우리에게 남기고 가신 소중한 사랑과 따스한 행복들을 잃지 않고 잘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평생 고생하시고, 사랑해 주신 우리 엄마(할머니)를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합니다. 가슴 한 가운데 뜨거운 사랑을 심어 주신 덕분에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또 감사드립니다.

 그 곳에서도 늘 편안하고 흐믓한 미소로 우리들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자랑스런 모습으로 따뜻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겠습니다.

 

 그립고 그리운 우리 엄마!

 엄마, 영원히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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