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
아비는
밥상머리 엎어 날려버리고
어미는
도망쳐 어둠 속에서
새끼들 품에 안아 바람을 막아 내었다.
떨리지만 않으면 뭐든지 괜찮을
매서운 겨울밤 어느 모퉁이에서
그래도
된장 냄새 축축한
어미의 낡은 치마자락으로라도
춥고도 춥지 않았던 어두운 겨울밤
이윽고
몰래 기어든 부엌 부뚜막
물 끓어 따뜻한 솥두껑 위에
언 손 녹이며 숨 죽이던 아슬한 겨울밤
이제는
모두 불러 모아
뜨겁고 구수한 된장 찌개 앞에서
제대로된 밥상머리 그림 그리고픈
내 바람대로 다시 맞는 그 겨울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