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3월의 교실
3월의 학교
아이들을 다시 만나는 3월 첫째 날은 늘 설렌다. “반 배정과 담임선생님이 누굴까?” 하루 전부터 두근거리는 아이들 마음과 다르지 않다. 교사들도 “우리 반 아이들이 누굴까? 어떤 아이들을 맡게 될까?” 궁금해하고 기대에 차 있다.
아이들을 이야기하는 교사의 얼굴들에 꽃이 피어난다. 가끔 저녁 모임에서 우리 이제부터 직장 이야기 (학교와 아이들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합시다. 라며 선을 그어도 몇 분 안에 다시 아이들 이야기로 모아진다. 아이들 이야기할 때 교사의 얼굴은 가장 살아있고 가장 빛이 난다.
다시 첫인사
‘국어 수업이 매일 들었다니…….’ 탄식하는 아이들 위로 1년의 국어 수업 계획을 쏟아붓는다. 오늘의 시, 오늘의 상식, 스피드 퀴즈 게임, 5분 글쓰기 등등 …….
‘아냐~ 재미있을 거야! 우리 즐겁게 국어 공부해 보자. 시 읊고, 소설 읽으며 주제 파악하고, 생각 나누는 일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인데……. 고민하고 생각하고 궁리해 보자,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교사가 꿈이었던 교사
당시 교사 채용 방식에 따르면 국립사대 졸업생들에게 우선권이 있었다. 채용 후 혹시라도 남은 자리가 있으면 그때서야 순위 고사를 실시하던 때라 사실상 나와 같은 사립사대 졸업생들에게는 사립 중 고등학교 채용 이외에는 달리 교사로 임용될 방법이 없던 때였다.
교사 채용 공개 전형-임용고시 실시
졸업예정자로서 본 첫 번째 시험은 당연히 낙방이요, 그다음 해 서울에서 본시험은 3차에서 낙방이요. 그리고 그다음 시험에서야 놀랍게도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다. 400명 중의 10명이라……. 내 뒤로 10개 반에 가득 들어찬 사람들이 모두 떨어지고 나서야, 그러고도 내가 속한 반에서 지금 내가 앉은 줄 빼고 모두 떨어져야만 내가 붙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소름이 쫙 돋았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행운이 놀랍게도 내게 와 주었다.
어느새 벌써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 투성이다. 이 세상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할 듯 넘치는 의욕으로 나대던 신규 때 모습, 아이들을 누르는 일만이 나의 능력이라고 믿던 어리석은 한 때의 모습, 아닌 척했지만 결국은 아이를 사랑하지 못했던 위선 가득했던 때의 모습, 끝내는 소통을 포기하고 체념해 버린 모습, 어느덧 ‘처음처럼’ 초심을 잃어버리고 지루해하고 심란해하던 위기의 모습들……. 무엇보다 아픈 내 말에 상처 받았을 많은 아이들에게 제일 부끄럽고 미안하다.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교사의 관심이 아이들에게서 멀어지는 순간부터 교사는 추해진다.
선생 똥을 개가 먹지 않는 이유
아이들은 그렇게 순수한 아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 최고 절정기에 달한 중학생 아이들은 ‘나 삐뚤어지고 말테야’라고 작정한 듯 작심하고 교사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교사를 상식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학부모님들도 의외로 많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교직사회도 견디기 힘든 구조로 압박해 올 때도 많다
“어느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할 때는 그 직업의 장점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단점을 자세하게 파악해라. 단점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업이 좋으면 진짜 너희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우리 국어 선생님이다.”
난 그래서 교사가 좋다.
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좋다.
난 오늘도 행복한 교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