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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20. 2016

나의 그림 에피소드 6가지

브런치 작가당 9월 주제  '미술과 그림'

1.

 어두운 미술 시간의 그림자

 세상에는 그림을 잘 그리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렇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난 정말 그림을 못 그린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무척 대단해 보이고, 어쩜 그리 잘 그리는지 연신 신기하기만 하다.

 학교 다닐 때 언제나 미술 시간은 있었지만 그리 즐겁지 않았다. 요즘에야 미술 시간에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의 여러 가지 능력들을 꺼낼 수 있었지만, 우리 때는 거의 대부분이 그림그리기 시간이어서 난 거의 주눅 들어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나무 이파리들은 그냥 같은 초록색이었고, 석고상의 비율은 눈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수채화는 물로 떡칠을 해서 도화지가 밀릴 정도였다. 친구들이 그려 내는 작품들은 어쩜 그리 잘 그렸는지 내 그림은 부끄럽기만 하였다.

 게다가 학교에서 가장 무섭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술 선생님의 눈초리는 수업 내내 나를 떨게 만들었고, 감히 감당할 수 없어서 정말 내게는 미술 시간이 부담되고 힘든 시간이었다. 혹시라도 미술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날이면, 그에 가해지는 가혹한 체벌에 주위 아이들도 초긴장을 하며 함께 벌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에!  내가 스케치북을 놓고 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을 내가 저지르고 만 것이다. 미술 시간은 점심 먹고 5,6교시인데 그 사실을 안 1교시부터 정말 가슴이 조여오고 두 방망이 치더니 결국은 배가 진짜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저히 미술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내 두 뺨을 미술 선생님께 매섭게 내어 줄 수는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유일하게 3년 개근을 놓치고 조퇴를 하게 된 이유이다. 담임 선생님께 용기를 내어 조퇴를 청했고, 별 의심 없이 선생님이 허락을 해 주셔서 나는 뜨거운 한 낮의 햇살을 받으며 교문을 나섰다. 뒤통수가 얼마나 따끔거렸나 모른다.

 미술!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내 중학교 1학년 때의 별로 그립지 않은 추억이다.

 

2.

 1000피스 퍼즐 그림 명화

 집에 몇 개의 명화가 걸려 있는데, 모두 1000 피스짜리 퍼즐로 된 그림들이다. 몇 년 전 한창 퍼즐 맞추기가 유행이었을 때 남편과 내가 만

합작품이다. 시간이 갈수록 요령이 생겨서 조금 더 수월하게 맞추기는 하지만, 정말 어떤 힌트도 없이 답이 안 나올 때는 하나하나 집어넣었다 빼는 단순 노동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고갱의 아레아레아

 화장실 맞은편에 걸려 있는 고갱의 그림은 엄마에게 선물한 거였는데, 엄마가 아프면서 우리집으로 이사 온 그림이라 지금도 보고 있으면 늘 엄마 생각이 난다. 타이티 섬에서의 지상 낙원을 생각하며 그렸다는 이 그림 속 여인들처럼 엄마도 편안한 곳에서 기쁨(아레아레아)을 누리며 평안하시길 언제나 빌어본다.

밀레의 오수(낮잠)

 당연히 밀레의 그림인 줄 알고 있다가, 고흐가 그린 그림과 똑 같아서 (제 눈에는…….) 누구의 작품인지 다시 확인하게 된 그림이다. 농사일을 하다 잠시 쉬는 것일까? 편안하게 눈 붙인 부부의 낮잠이 아주 꿀맛처럼 느껴지는 그림이다. 삶이 고단하고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잠깐이라도 눈 붙일 수 있으니, 또한 건강하게 일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신윤복의 단오풍정

 몇 년 전 간송 미술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3~4시간을 뙤약볕에 고단하게 기다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던 전시회라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전이었는데 특히 신윤복의 그림은 그 색감이 계속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몇 년 전 소설로, 드라마로 이미 각광을 받은 바 있는 익숙한 신윤복의 그림이었지만, ‘미인도’ 등 실제로 감상해 보니 정말 대단했다. 그러고 나서 맞춘 퍼즐이 ‘단오풍정’이었다. 원 그림의 색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퍼즐을 맞추는 내내 신윤복 그림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렸다.

클림트의 키스

 이 밖에도 너무도 유명한 클림트의 ‘키스’등 그 후에도 계속 퍼즐에 빠져 퇴근 후 저녁시간을 보냈다. 한창 육아에 바쁠 때라 아이들과 집에서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나름대로 찾았던 것 같다.   

 1000피스가 완성이 되면, 남편은 곱게 풀칠 한 후 조심히 말려 액자 처리를 했다. 1 피스를 찾기 위해, 자다가 화장실 갈 때도 한 번 들여다보곤 하던 그 때의 열정이 되살아나 그림퍼즐을 볼 때마다 즐겁다.

 

3.

 ‘고흐’를 사랑해

 너무도 유명하고 사랑을 받아 말할 필요조차 없는 화가 ‘고흐’이지만, 내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화가이다. 미술과 그림에 절대적으로 문외한인 나의 눈에도 확 들어오는 것을 보면 명화는 명화인가 보다 하고 단순한 생각을 또 해 본다.

 내 주변 생활 용품에도 가장 많이 프린트되어 있는 고흐 그림들이다. ‘아몬드나무’는 머그컵은 물론이고, 우산, 책갈피, 마우스 패드 등 생활 곳곳에 숨어있다.

 지난 겨울 딸과 함께 다녀온 ‘ 고흐! 빛의 축제 인사이드’에서는 고흐의 작품을 신비로운 빛의 향연으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모처럼 딸과의 추억을 쌓은 소중한 공간, 서울역사에서였다.

 오랜 만에 연락되어 찾아 뵌,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댁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고흐 그림의 팬이었나를 확인하며 인연의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다. 엄청난 두께의 고흐 그림집을 닳도록 보고 계셨고 똑 같은 소장본을 따로 간직할 정도로 고흐를 사랑하셨다.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고흐의 이야기는 다시 추억으로 되살아나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고흐의 인생이. 동생과의 편지가, 고흐가 살 던 곳의 빛과 풍경과 아름다움이 항상 애틋하게 다가온다.

 

4.

 식탁 옆 그림

 

 우리집 식탁 앞에는 몇 년 간 같은 그림이 걸려 있다. 유명 화가의 그림은 아니고, 아파트 입주할 때 그냥 거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산 어찌 보면 볼 품 없는,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한 없이 떨어지는 그런 그림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 그림을 산 이유는 해바라기 세 송이 때문일 것이다. 가운데 활짝 펴서 꽃병에 담겨 있는 모습이 꼭 그 즈음의 우리 딸들 같았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이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했다.

 또 화병 옆에 뒹굴어 있는 과일 세 개도 참 마음에 들었다. 옆에 두 개는 우리 부부 같고, 꽃병 반대편의 한 개는 우리 엄마 같았다.

 여섯 식구가 늘 건강하게 오붓한 식사 시간을 맞이하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그림을 볼 때마다 떠오른다. 엄마는 지금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그림 안에는 우리 여섯 식구가 모두 온전히 자리 잡고 있다.

 

5.

 할머니의 명품 화가

 막내딸은 어릴 적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이 아이는 매일 매일 새롭고 순수한 그림으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했다. 유치원에 다녀와서도 늘 그리고, 만들고, 색칠하고 재미있게 놀 곤 했다.

 특히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야하는 할머니에게는 귀염둥이, 기쁨 그 자체였다. 토끼풀을 따다가 할머니 손에 엮어 꽃반지를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할머니 얼굴이며, 꽃들을 그려 할머니 침대 옆 벽면을 채워 무료한 할머니를 달랬다. 누워서 쳐다보는 그 그림들은 엄마에게 어떤 명화보다도 기쁨을 주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6.

 브런치를 통해 내게 온 그림들

 브런치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작가와 그림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유명한 화가이었음에도 나만 몰랐던 화가라든지, 작가님들이 소개해 준 그림이라든지, 내 글을 느낌대로 표현해 줄만한 이미지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그림이라든지…….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고 행복하다.

레오니드 아프레모브 작품

 @연결고리님 글을 통해 알게 된 이름도 되뇌이기 낯선 ‘레오니드 아프레모브’ 그림은 정말 환상적이다. 나이프로만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데, 그 화려한 색감이라든지, 여울지는 듯한 색채감은 신비롭다. 화폭에 물기가 가득 고여 있는 느낌으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수동 화백 작품

 이수동 화백의 그림도 내 글의 이미지로 저장하려다 만났다. 마치 작은 엽서처럼 단순하면서도 정감 있는 색감 고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순수해지고 단순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편안해진다.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오묘함이 저절로 마음을 울려준다.

뭉카치 미하이의 땔감을 멘 소녀(땔감을 짊어진 여인)

 헝가리 최고의 화가로 불린다는 ‘뭉카치’의 그림들도 내 마음에 훅 들어왔다. 잘은 모르지만 내가 본 그림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어둡고 진지했다. 삶의 어두운 면을 짊어진 이들과 동질감을 느끼면서 짠한 마음으로 그림 속 인물들을 위로하며, 나도 위로 받는 그림들이다.

 

에필로그

 그림은 참 좋다. ‘그림 같다’라는 감탄사가 괜히 나왔을 리 없다. 개성 강한 다양한 그림 천재들 덕분에 앉아서 감상하는 즐거움을 거저 얻다니……. 나에게 그림 그리는 재주는 주지 않으셨으나, 이리 좋은 그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니 역시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난 역시 감사하게도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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