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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pr 05. 2017

교육실습 - 교생

교생이 된 딸아이에게

교생이 된 딸

 큰 딸아이가 올해 교육실습을 나간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모교로 교육실습을 나가던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내 딸이 자라 그때 내 모습 그대로 그 설렘을 재현하다니…….

 교육 실습

 교사가 아니어도 대부분 학창 시절 한 번쯤이라도 교생 선생님을 만나 본 적이 있기에, 교생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교직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초∙중등학교에서 일정기간 지도교사의 책임 아래 교육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교직생활이나 수업 참관 등을 위주로, 학급경영이나 학생지도 등을 연습한다. 실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며, 이 모든 결과를 총합하여 지도교사의 평가를 받는다. 교육실습은 대개 2학점이 부여되며, 교직과정 총 이수학점에 포함되는 과정이다.
 교육 실습 신청

딸아이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중학교에 실습 신청서를 냈다. 다행히 딸아이의 은사님이 계셔서 모교는 아니나 실습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교육실습을 학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받지 않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실습학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모교를 찾아가 은사님이라도 계시면 인정으로 실습을 부탁드리든지 또는 ‘교육실습 유공교원 선택 가산점’ 이 필요한 교사가 교생을 받겠다고 신청한 학교를 찾아내지 않는다면 실습 신청부터 어렵다.

 교육 실습 준비

 딸아이는 그동안 야학 봉사활동을 하면서 20살 언저리 청년들과의 수업도 거뜬히 해냈으면서도,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을 어찌 가르쳐야 하느냐고 떨리고, 설레고, 두렵기도 한 마음을 자주 보여 왔다.

 긴장되는 마음뿐만 아니라, 복장까지 무척 신경을 쓰는 모양이었다. 짧지 않은 치마 정장 차림, 너무 밝지 않은 머리 색깔, 편안한 슬리퍼까지 본인이 학교생활과 어울린다고 생각한 그림으로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 외 제출 서류 등은 실습학교 연구부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학교 연구부에서는 교생 실습에 관한 계획서를 올려 내부 결재를 득한다. 요즘에는 교생들에게도 성범죄 관련 여부를 경찰서에 조회하여 회신받고 있다.

 그 외 실습비 명목으로 100,000원 정도가 들고, 한 달 점심값을 그 학교 급식비(80,000원 정도)에 맞게 계산하여 내면 된다.

 학교 안의 교생은?

 사실 학교는 교육실습생, 교생을 받아들일 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 폭풍 같이 바쁜 3월 한 달을 겨우 보내고, 이제 시작하는 4월에 오는 교육실습생, 교생들은 사실 부담되는 업무 추가 중 하나일 뿐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오는 새내기 교사들에게 ‘교사의 소신’이나, ‘발전적인 교사의 모습’, ‘매일 연구하는 수업 모형’, ‘단호하고 친절한 교사되기 위한 방법’ 등등을 딱 맞춰 준비해 놓고 ‘어서 배워 가십시오.’ 하는 교사들은 사실 없다.

 학교 일정은 매일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다른 과 교생이 오면 말 붙일 일도 사실 없고, 그냥 봄꽃 필 때 매년 오듯이 이번에도 교생이 왔다 갔구나 하는 무관심 어린 관심 속에 그냥 한 달이라는 시간은 훅 가버리고 만다.

 지도 교사

 지도 교사의 교직 취향도 가지가지일 수 있다. 본인의 수업과 본인의 학급경영 유지를 매우 중시하는 교사를 만나면 그 틈에 끼일 수조차 없다. 탄탄한 벽으로 둘러치고 철저히 방관자의 모습만 기대하는 교사 앞에서는 다양한 수업 참관은 물론이고 아이들 앞에서 제대로 된 수업조차 못 하고 실습 과정을 끝낼 수도 있다.

 또 반대로 '기회는 이때다' 싶게 모든 학교 업무를 교생에게 떠넘기기 하는 교사도 있다. 하루 종일 수업을 대체시키든가, 학급경영의 모든 업무(조/종례, 청소 지도, 상담, 잡무처리)를 일임하여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오다 가는 교생들도 사실 있다.

 이런 극단적인 지도 교사를 현장에서 만나면 속수무책이겠지만, 대부분 상식적인 지도교사 밑에서는 교생 자신이 스스로 적극적인 자세로 실습을 풍요롭게 영양가 있게 만들어야 한다.

 딸에게 하는 말
겸손한 자세로 무조건 배우려고 해라. - 경력과 연륜의 힘을 무시하지 마라.
아이들에게 잘해 줘라 – 교육적으로 품위를 지키며, 아이들을 존중해라.
학교 업무에 솔선수범해라 – 소용없는 것은 없다. 나서서 업무처리를 일단 해 보라.
지킬 것을 지켜라. - 교사는 인기 예능인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휘둘리지 마라.

 

 시끌벅적한 중학교 복도에 풋풋한 교생 선생님이 지나가는 것만 봐도 들썩이는 것이 학교 모습이다. 게다가 남중의 여자 교생샘이라든가, 여중의 남자 교생샘들의 인기와 관심은 하늘을 뚫고도 남을 판이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친근함으로 다가가, 곧 따라 하고 싶은 롤 모델이 되고 싶은 교생이었으면 좋겠다.
교생 선생님들의 한 마디가 아이들의 꽃 피는 4월을 더 아름답고 포근하게 하였으면 좋겠다.
누나나 오빠에게 이야기하듯이 자신들의 마음을 열고 고민을 살짝 털어놓아 볼까 궁리하게 하는 교생이었으면 좋겠다.
교생 선생님으로 하여금 아이들이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4월이면 좋겠다.
 선배 교사로서

역시 사람은 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그렇게도 많이 적절하게 인용해 왔으면서도 역시 모른 채였다. 내 딸이 교육실습을 나가니, 그때서야 내 주변에 있는 교생들이 눈 안에 제대로 들어온다. 이런 이기적 깨달음이라니 ……. 교과목은 다르나, 그래도 선배 교사로서 진정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다가가 교생샘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 본다. 힘들고 부담되는 업무지만, 국어과 교생을 받아 지도하겠다고 연구과에 메시지를 전해 본다. 

 올바른 교육관으로, 교사로서 긍지를 가지고, 이렇게 아이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행복한 웃음 지을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딸 아이 교생 이름표와 25년 전 내 교생 이름표

 사대를 졸업했다고, 교생 실습을 했다고 누구나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생 실습을 통해서 교직에 적성이 없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그래도 수줍게 아름답게 봄을 알리러 온 봄꽃 같은 교생 선생님들에게 희망이 부풀어 꿈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좋은 안내자가 되려는 마음을 잘 키워야겠다. 새내기들에게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터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내가 지키지 못 한 말이라 부끄럽지만, 칼릴 지브란의 말로  마무리하려 한다. ‘누군가’와 ‘타인’을 ‘아이들’ 또는 ‘학생’으로 고쳐 읽으며, 교사의 길을 시작하는 딸에게, 또 한참 시작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전한다.

누군가(학생)를 아무리 칭찬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타인(학생) 속에 있는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라

 - 칼릴 지브란



(대문 사진은 교생이 된 김연아 선수 모습-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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