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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27. 2017

오늘의 수업 1 - 주장하는 글 내용 파악하기

 오늘의 수업은 ‘주장과 설득’ 단원이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읽고, 문제와 해결점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내 요구를 담아 글을 쓰는 것까지 목표로 정해 설정된 단원이다.

우리는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주장들 속에서, 우리 사회를 진정 발전시킬 수 있는 필요한 주장들은 무엇인지 가려내야만 한다. 주체적인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익혀야만 할 이 능력과 태도를 꼭 배우게 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논설문’에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내용 파악부터 지루해하고 힘들어한다.

 이번 단원에서는 주장이 세 개 나온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자’라는 글과
정약용의 중국에 가서 선진 기술을 배워 오자는 ‘기예론’,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께’ 환경과 빈곤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건의문의 주장들이다.

 각 주장하는 글의 구조 파악은 물론이고, 근거를 들어 주장을 전개시킬 때 사용할 논증 방식 (귀납-연역-유추)까지 이해하려면 쉽지 않은 단원이다. 주장의 타당성과 근거의 논리성을 갖춰 문제를 둘러싼 상황과 요구사항을 파악하여 해결방안을 담은 건의하는 글쓰기까지 수행해야 한다.

글의 구조 파악 시작!
1. 네 명씩 모둠을 만든다.
2. 교과서를 읽고 다양한 방식으로 글의 구조를 파악한다.
3. 파악한 글의 내용을 서로 공유한다.
4. 파악한 글의 구조를 표현한다. ( 다양한 색채 필기도구 활용)
5. 통과된 모둠은 벽에 붙인다.
모둠 만들기

 모둠은 앉은 대로 복불복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국어성적은 고려되지 않았다. 지레짐작으로 자기 조는 망했다고 엄살을 부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비슷한 성적끼리 모둠을 정할 때 오히려 '공부 권력'이 생기지 않아 참여 학습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4명 중 국어 능력이 좀 나은 아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있으니, 자기가 찾아낸 지식을 모둠끼리 공유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잘난 척’을 즐기며 다른 친구들을 가르친다. 각 조마다 가장 똑똑한 아이가 공부 안 하는 친구들을 챙기라 하면 서로 자기가 똑똑하다며 내용 파악에 앞장서는 아이들이다.

출장 교사

 모둠원 4명이 모두 헤매고 있을 때는, 다른 모둠에서 ‘출장 교사’를 파견한다. 미션을 모두 수행한 모둠은 그렇지 못한 모둠으로 가서 친구들에게 힌트를 주며 미션 수행을 돕는다. 아이들은 교사보다 또래 친구가 설명을 해 줄 때 가장 머릿속에 잘 들어오는 법이니 이 방법은 학습 효과가 크다.

 나는 각 모둠 사이를 돌며 부족한 부분을 집어주고, 내용 파악을 위한 질문들을 받는다.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질문을 통해 알아내야 할 내 지식과 교과서밖에 없으니 어차피 질문은 필수적이다.

구조화 결과 표현

 내용 파악이 통과가 되면 그것을 B4 용지에 표현한다. 이미 다른 교과 시간에 마인드 맵 같은 구조화에 익숙한 지라 능숙하게 다양한 색채로 내용을 정리한다.

단 이 시간은 미술시간이 아니라 '국어시간'이니 그림보다 더 중요한 글 내용 파악이 있음을 강조해 준다. 색연필, 사인펜, 파스텔, 유성매직펜, 크레파스 등 '다양한 필기도구'를 이용하여 구조화한다.

역시 아이들의 아이디어와 패턴은 매우 다양하다.

평가하기-스탬프 찍기
6. 모둠별로 벽을 돌며 다른 모둠의 구조화를 살핀다.
7. 빠진 부분과 부족한 내용을 찾아내며 모둠별로 의견을 나눈다.
8. 자리에 돌아와 가장 잘 구조화된 모둠을 선정한다.
9. 모둠장은 대표로 나와 모둠원의 결정에 따라 우수 모둠 작품에 스탬프를 찍는다.

 미션 과제 중 빠진 것이 있나 최종 살피게 하고 완성된 것을 벽에 붙인다. 모두 7개 모둠의 학습 작품들이 벽에 걸렸다. 아이들은 이미 1~2차시에 걸쳐 내용 파악을 했기 때문에 다른 모둠의 학습지에 주요 내용이 빠져 있는지 잘 찾아낸다. 모둠별로 벽을 따라 돌며, 다른 모둠의 학습 작품을 감상한 후 평가의 시간을 갖는다. 모둠별로 모여 가장 내용 구조화가 잘 된 것과 그 이유를 말한 후 우수 모둠 작품을 뽑는다. 각 모둠장들이 돌며 우수 작품에 도장을 3개, 2개, 1개씩을 찍는다. 다른 모둠의 학습지를 평가하면서도 주장하는 글의 내용이 머릿속에 구조화된다.

   학습지 전시

 내용 구조화의 그림이 머릿속에 오래 남도록 일주일 정도 벽에 계속 걸게 한다. 내용이 머릿속에 구조화가 되면 교과서의 학습활동 문제나 형성 평가지를 풀 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단 지루하고 아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주장하는 글의 내용 파악은 어느 정도 도달한 것 같다.

모둠 학습을 하면 좋은 점은 아이들이 일단 졸거나 자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 내용은 꼭 아니어도 친구랑 학습인 듯 학습 아닌 듯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살아 있다.
그래서 당연히 시끄럽다. 학습 떠듦인지, 그냥 떠듦인지 돌아다니며 지도한다.

 같은 내용 설명을 모둠별로  7번 이상 되풀이 설명을 하면 교사는 지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도는 높아진다. 친구들이랑 곁가지로 듣는 것들이 의외의 학습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사진을 찍으면 보통 아이들은 외면하거나 멋쩍어하는데, 꼭 이렇게 쫒아다니며 너스레를 떠는 웃기는? 녀석들이 있다.
교과서 논설문 내용

 이제 겨우 주장 파악을 했다. 도시의 여러 문제 (환경, 식량난, 삶의 여건 개선)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 농업이 필요함을,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워 와야만 나라(조선)가 발전하고 백성이 잘 살 수 있음을, 12세밖에 안 된 어린 소녀가 유엔회의에서 세상의 모든 어른들께 건의하는 내용을 이제야 겨우 파악했다.

수행평가 시작

 다음 시간에는 논증 방식(연역, 귀납, 유추)에 대한 학습이다. 3가지 방법 중 택일하여 논술 1편과 건의문 1편으로 수행평가를 실시하려 한다. 논술의 주제는 ‘양성평등’과 관련된 것이고, 건의문의 제목은 ‘ 15년 후 30살의 '내'가 현재 15살의 '나'에게 쓰는 건의문’이다.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기발한 생각과 논리적인 해결책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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