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엄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정희 찬밥
국어수업 '내 인생의 시'
문학 작품이 인간의 삶과 관련하여 어떤 가치를 지니고, 어떻게 우리에게 내면화되는지 그 과정을 공부하는 단원이다.
찬밥 -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게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만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훑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찬밥 그리고 엄마, 어머니
왜냐하면 화자는 찬밥을 통해서 그녀, 어머니를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홀로 찬밥을 먹던 그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에 얼마나 섭섭하고 속상했을까? 어려운 살림 형편에 자식들 챙기느라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 그때 나는 왜 그녀를 혼자 있게 했을까? 왜 다가가 찬밥을 같이 나누지 않았을까? 아니 따스한 밥을 권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깨닫는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를 만난다. 오늘 찬밥을 먹음으로써…….
시를 읊을수록 밟히는 얼굴들
만고불변의 부모님 사랑, 그것도 어머니의 사랑을 논하는데 딴죽 걸 일이 무에 있을까마는 진즉부터 내 마음은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곳곳에 밟히는 얼굴들…….
모두에게 엄마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절대 그립지 않다는 말을 하는 아이
이미 떠난 엄마에게는 새 가족이 있다며 고개 숙이던 아이
엄마라는 말에 벌써부터 글썽이던 아이
병색이 짙었던 마지막 엄마 모습을 떠올리는 아이
신대신 보냈다는 그분이 왜 나에게는 오지 않을까?
우리 모두에게 엄마가 있는 것은 아니다.
허기지지 않도록! 춥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