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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Jun 12. 2017

16. 뜻밖의 노래

노래는 어느 때고 내 가슴으로 온다. 이미자-모정

 뜻밖의 감동 노래

 5월 15일 밤늦게 TV를 트니 낯익은 가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수 ‘이미자’, 그러고 보니 ‘이미자’란 이름을 한 번도 모른 적이 없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이미 난 항상 가수 ‘이미자’를 알고 있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  내가 좋아할 노래는 별로 없을 것 같은 가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좋은 대단한 가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적으로 TV틀기 정도의 행동으로 우연히 본 프로였을 뿐이었는데, 난 그만 울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중간부터 듣기 시작한 노래 제목은 ‘모정’이었다. 새로울 것도 없는, 그동안 무수히 들어왔을 노래일 텐데 그날 그 노래는 내 가슴속에서 새롭게 터져버렸다.

 구구절절 가사를 보니 ‘엄마와 오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아들을 멀리 보내 놓고, 그 보고픔과 그리움에 평생 가슴에 구멍이 났을 엄마와 자식 걱정으로 늙어가는 엄마에게 얼굴 한번 보일 수 없는,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들의 미어지는 마음이 온전히 느껴져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그러한 삶을 살았을 우리 엄마는 얼마나 혼자 많이 울었을까? 하늘나라에서 우리 오빠는 또 얼마나 슬픈 눈으로 엄마를 보았을까? 마치 엄마가 오빠에게, 오빠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같아서, 안타까운 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은 감정을 잃어버렸다.

 다음날 검색을 해 보니 발표된 지 40년도 더 된 노래였다. 무슨 이유로 어린 아들을 타국에 보냈나 했더니 징용으로 끌려갔던 거였다. 징용은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나와는 거리가 먼 과거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내 삶 가까이에서 이렇게 살아있었다니…….  전쟁으로든, 사고나 병으로든 자식을 잃어버린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슬픈 모정을 떠올리면서 몇 번을 더 들어보았다.

눈물이 맺혔다. 그날 오전은 내내 슬픔에 맡기기로 했다. 슬픔을 온전히 느끼는 것도 슬픔을 극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으니…….
오빠 생각

 노래방에서 ‘젊은 미소’를 신청해 듣거나 ‘귀로’를 부를 때는 오빠 생각 때문이다. 그리워서 안타까워서 마음을 담아 노래를 하면 오빠가 좀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든다. 연인과의 이별 사랑을 담은 요지만 나에게 와서는 오빠나 엄마를 그리워할 수 있는 좋은 치유의 수단으로 바뀌어 들린다. 

헤어짐과 아픔을 노래하는 가사들은 여기저기 곳곳에서 흘러나와 상처 입은 나의 마음을 쓰다듬고, 눈물로 아픔을 덜어내며 나를 만져준다. 가요는 그렇게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아주 긴 시간 동안 위로해 주고 있다. 고마운 좋은 선물을 오늘 하나 더 얻었다.

 노래 부르는 얼굴만큼이나 슬픈 김광석의 노래는 내 단골 치유 노래들이다.

 김광석처럼 처연한 눈빛을 가진 남자를 본 적이 있을까?

가끔 그의 콘서트 장면을 들을 때면 영락없이 슬픔을 온전히 누린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오빠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단골 노래이다.

노래는 기어코 온다.

 아까 언급한 이미자 TV 콘서트의 마지막 노래는 ‘노래는 나의 인생’이었다. 노래 부르는 가수는 아니어도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노래와 함께 떠올리고, 노래와 함께 기억하는 수많은 장소와 장면과 사람들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노래는 언제든 찾아온다.

 중학교 소풍 때마다 버스 안에서 하루 종일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떼창 하며, 오빠 부대를 창단한 세대이지만 나는 그때 무덤덤하고 그저 그랬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에게도 가왕은 어김없이 찾아와 나의 온 마음을 흔들며 ‘오빠’를 외치게 했다. 단지 15세가 아닌 30여 년이 흐른 뒤였지만 가왕은 비가 오는 야외공연장이어도, 큰 맘먹어야 하는 티켓값이어도 나를 불러내 내 안의 설렘과 열정을 끌어내 주었다. 가사 하나하나가 인생 이야기가 되어서 감당 못 할 느낌으로 내 가슴을 채워주었다.

 노래는 정말 나의 인생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공연 장소에서 70대의 윤복희 공연을 보고 저렇게 늙어야겠다는 존경의 마음을 가졌고, 늙을수록 멋진 최백호의 공연에서 꾸밈없는 매력에 빠져들었고, 좋아하는 영국 그룹 ‘크랜베리’와 비슷한 음성에 취해서 자우림 ‘김윤아’에 열광했으며, 서문탁과 소찬휘의 고음에 취해 20년 가까이 ‘티어즈’를 부르며 발악도 하고 있다. 물론 사랑 노래꾼 윤도현도 빼놓을 수 없다.

 20여 년 전 나의 첫 애제자는 수줍게 ‘유재하’CD를 건네며 천재 가수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매년 가장 유행하는 노래는 축제 마당 무대에서 수없이 들어 어린 아이돌 가수를 익히게 했으며, 작년 축제 무대에서는 아이들과 ‘아이유’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큰딸은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를 ‘카~’로 부른다는 것까지, 둘째 딸은 ‘인피니트’에 열광하여 멤버 이름까지, 셋째 딸은 ‘레드벨벳’의 가창력과 미모까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노래는 언제나 내 주위에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노래다. 아주 오래전 수학여행에서 아이들 앞에서 부른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은 힘들지만 들을 때마다 평생 교사로서 속죄하는 시간을 가져다주는 노래이다.

수많은 노래들이 내 주위를 맴돌고, 수많은 노래 천재들이 나타나 아름다운 신의 목소리로 여전히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노래는 생명을 띄워 살아 움직이며 과거로, 현재로, 미래로 내 인생 곳곳을 누비고 들락거리며 알맞은 때에 스며들어 나를 적신다. 앞으로도 만날 인생 노래들이 무수히 많을 테지만 난 이미 행복하다.

 앞서 언급한 이미자의 ‘노래는 나의 인생’의 가사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아득히 머나먼 길을 따라 뒤돌아 보면은 외로운 길
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있네
끝없이 기나긴 길을 따라 꿈 찾아 걸어온 지난 세월 괴로운 일도 슬픔의 눈물도 가슴에 묻어놓고
나와 함께 걸어가는 노래만이 나의 생명 언제까지나 나의 노래 사랑하는 당신 있음에 언제까지나 나의 노래 아껴주는 당신 있음에 아득히 머나먼 길을 따라 뒤돌아 보면은 외로운 길
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있네 ~~

https://youtu.be/cQcfbFwYQuY



   <모든 이미지 출처=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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