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에서
봄향기 찾아 꽃잔치 가득 한 곳에서
밀림의 왕자가 나를 슬프게 할 줄이야
영물의 백호가 나를 아프게 할 줄이야
산같은 곰이 나를 부끄럽게 할 줄이야
고작 건빵 한 개로
인간의 힘이 무섭다.
달랑 건빵 한 개로
인간의 마음이 씁쓸하다.
일어서기 잘 하면 건빵 한 개
덩크 슛 성공하면 건빵 한 개
손 흔들어 인사하면 여전히 건빵 한 개.
얇디 얇은 달랑 건빵이 서운하다.
흙과 함께 건빵이 서걱거린다.
사자 뒤에 풀색 밀림을 깔아본다.
백호 뒤에 낭떠러지를 세워 본다.
반달곰 곁에 동굴을 그려본다.
애완의 시대는 벌써 끝났다.
반려의 시대에 맞게
건빵은 집어치워라!
왕자답게
영물답게
산처럼 대접하라.
창살이 죄어오고
구정물이 튕겨오고
멀미가 되살아난다.
나는
그저 꽃향기 찾아 놀러 온
유리창 속
인간일 뿐이다.
꽃잔치하러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